↑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이 11일 취임 직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첫 회동을 했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최근 금융시장의 복합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새 정부의 금융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 금융위원회]
윤석열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김주현 위원장이 오는 9월 종료가 예정된 소상공인 코로나19 금융지원 연장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2금융권의 부실화 가능성도 언급해 향후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가 최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임명을 재가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김 위원장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국회 원구성이 늦어지면서 김 위원장은 청문회 없이 취임하게 됐다.
이날 김 위원장은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9월 종료가 예정된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관련해 "기본적으로는 예외적 상황을 끌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지속하는 것이 과연 차주에게 도움이 되는지, 또는 문제가 더 커지는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 연장에 대해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은 2020년 4월부터 6개월 한시 프로그램으로 진행돼왔으나 그동안 네 차례나 연장됐다.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명분과 함께 금융권 잠재부실을 계속 키운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다만 그는 "9월 만기 연장이 종료되기 전에 금융지원 조치를 종료해도 괜찮을지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또 김 위원장은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기 전에 각 금융기관이 차주의 건전성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금융사가 각 차주의 부실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정부 정책과 어떻게 연결할지 파악한 뒤 종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4월부터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받고 있는 대출은 133조4000억원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2금융권의 부실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2금융권이 부실 우려가 있어 미리 보고를 받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2금융권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등이 종료되면 그동안 감춰진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최근 변동성이 커진 주식시장과 관련해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도 필요하면 시장이 급변할 때 공매도를 금지한다"며 "시장 상황을 봐서 공매도뿐만 아니라 증시안정화기금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질 때 해당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내는 투자 방법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최근 국내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며 전면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규제 완화를 통한 금융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규제 때문에 (혁신을) 못하겠다'는 말이 안 나오
도록 할 것"이라며 "금산 분리도 논의가 필요하다면 과거의 틀로 보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업권법에 대해서도 "정부가 블록체인과 관련한 혁신의 불꽃을 끄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혁신과 투자자 보호의 접점을 찾겠다"고 답했다.
[김유신 기자 / 김명환 기자 / 최근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