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인 가구 청년들에게 민간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263가구)에 3만명에 가까운 청년들이 지원했다. LH가 청년을 대상으로 정기모집을 실시한 이후 가장 많은 신청자 수다. 금리 인상과 월세 전환율(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비율)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진 청년층이 저렴한 임대주택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LH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2022년 2차 청년 매입임대주택'의 청약 접수 결과 서울 지역에서만 총 2만6910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서울 지역에서 공급된 청년 매입임대주택은 총 263가구로, 평균 경쟁률은 102.3대1이다. 청년 매입임대주택은 LH가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임대주택으로 신축급 주택을 LH가 매입한 뒤 이를 시중 시세의 40~50%로 임대하는 제도다. 이번 서울 지역 청년 매입임대주택 신청자 수는 LH가 연 네 차례씩 전국 단위로 청년 매입임대주택 입주자를 정기 모집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그동안 청년들은 '영끌'을 통해 집을 마련해왔으나, 최근에는 경기 침체와 금리 급등, 전세난에 대한 우려 등이 본격화되면서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서둘러 임대주택을 구하려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급된 '기숙사형 청년주택'에도 단 9가구에 3021명이 지원했다. 무려 335.7대1의 평균 경쟁률이다.
고금리에 임대주택 관심 급증
전세 대출 부담 커지자
저렴한 공공임대에 몰려
"청년층 주거난 우려 커져
1인용 공공임대 늘려야"
이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모집한 '청년 매입임대주택(263가구)'에 2만명 이상이 몰린 것은 금리 급등기에 접어들면서 민간 전세주택 마련에 부담을 느낀 1인 가구 청년이 대거 공공 임대주택을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10일 LH에 따르면 LH는 지난해부터 연 4차례 매입임대주택 정기모집을 전국 단위로 실시하고 있다. 이번이 6회차다. 2021년 1차 모집에선 서울지역 298가구 공급에 1만7943명이 신청했고, 2차에선 204가구 공급에 1만4472명, 3차 276가구 공급에 1만6415명, 4차 90가구 공급에 1만2552명이 신청했다.
올해 들어 지난 3월 진행된 2022년 1차 260가구 모집에선 1만7917명이 신청(평균 경쟁률 68.9대1)한 바 있다. 매회 1만명대였던 지원자 규모가 단 3개월여 만에 2만6910명으로, 5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 기간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 4월 연 5%(상단)를 넘겼고, 이달 8일에는 6%선까지 제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청년 1인 가구는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에 전월세를 얻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 청년 매입임대주택 쪽으로 수요가 집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년 매입임대주택은 주변 시세 대비 40~50%의 임차료라는 파격적인 조건 외에도 보증금과 월 임차료를 탄력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본 월 임차료의 최대 60%를 보증금으로 전환 가능하다. 가령 서울 종로구 숭인동 시티플러스의 경우 임차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2만4550원을 지불하는 게 기본 임대조건(2, 3순위 기준)이지만, 월세를 최대한 덜 내고 싶을 경우 보증금을 4090만원, 월세는 13만원으로 낮춰 낼 수 있다. 이번에 공급된 주택 중 가장 임차료가 비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르테빌(전용면적 26㎡)도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84만8360원이 기본이지만, 보증금을 1억380만원까지 올리면 월세를 33만9360원으로 낮출 수 있다. 모든 공급 주택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갖춰져 있어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올 하반기 전세 불안에 대한 우려도 1인 가구 청년들 눈을 공공임대로 쏠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전세가격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기는 하나, 하반기 전세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며 "앞으로 전세가격이 더 내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청년, 특히 저소득층 청년들이 서둘러 공공임대로 선회한 영향"이라고 관측했다.
서울 내 지역을 불문하고 고르게 높은 경쟁률이 나온 점도 이번 접수 결과 특징이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은 마포구 공덕동 소재 공덕헤리지움(나 홀로 아파트)으로 단 2가구 모집에 1337명이 몰려 66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숭인동에 있는 시티플러스(오피스텔)는 1실 모집에 596명, 동대문구 장안동 소재 장안센텀(오피스텔·1실)에는 394명이 몰리는 등 지역 편차 없이 고르게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청년 매입임대주택과 동시에 청약이 진행된 '기숙사형 청년주택' 역시 매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지역 단 9가구 공급에 3021명이 몰려 무려 335.7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숙사형 청년주택은 주택 유
고 원장은 "앞으로 2~3년간은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윤석열정부는 저소득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더욱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