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AE 두바이 로열 아틀란티스 호텔 전경. [사진 제공 = 쌍용건설] |
피사의 사탑 기울기는 5.2도다. 한자 '들 입(入)'자 구조로 세워진 마리나 베이 샌즈의 기울기는 52도로 피사의 사탑 10배에 가깝다. 여기에 6만t 규모 스카이파크가 건물 최상단에 얹혔다. 건물을 설계한 이스라엘 출신 건축가 모셰 사프디가 "복잡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설계가 그대로 적용됐다"며 감탄했을 정도다.
'해외 건설의 명가' 쌍용건설이 글로벌 무대에서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앞두고 있다. 주인공은 쌍용건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짓고 있는 특급호텔 '로열 아틀란티스 리조트&레지던스'다. 두바이 팜 주메이라 인공섬에 46층 초특급호텔 3개 동, 37층 규모 최고급 레지던스 3개 동을 시공하는 로열 아틀란티스 리조트&레지던스는 공사 규모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준공을 마치면 두바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쌍용건설의 해외 성공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 김석준 쌍용건설 대표이사 회장이다. 김성곤 쌍용그룹 초대 회장의 차남인 김 회장은 대학 졸업 이후 쌍용건설과 고락을 함께했다. 건설업계에서는 40년 가까이 건설업계에서만 몸담고 있는 '건설통'으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1995년 김성곤 회장의 장남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석이 된 쌍용그룹 3대 회장에 올랐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부침을 겪은 회사 사정 탓에 회장직에서 잠시 물러나기도 했지만 해외 곳곳을 누비는 일만큼은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해외 시장 공략은 도전과 개척이라는 김 회장의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쌍용건설은 국내외 유명 업체와 협력해 사업 추진력을 확보하고, 선진국 건설현장에 진출했다. 1980년 싱가포르 래플스시티 사업의 성공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등 해외 곳곳에서 수많은 실적을 쌓았다. 대표적인 성과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수주다.
김 회장은 "해외 시장에는 언제나 도전의 기회가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항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발주처의 다양한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획 수주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쌍용건설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건설 시장에서 끝없는 도전으로 세계 일류 건설사들과 경쟁해 기술력과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풍부한 해외 경험과 탄탄한 인맥은 쌍용건설이 그동안 수차례 회사 주인이 바뀌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김 회장이 지휘봉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김 회장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곳곳에서 탄탄한 정·재계 인맥을 쌓아왔다. 일본 건설사와 경쟁이 붙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플라자 인도네시아 확장공사'를 쌍용건설이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김 회장에 대한 발주처의 강한 믿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잔액도 상승세를 탔다. 쌍용건설은 2013~2015년 4조원 안팎의 수주 잔액을 기록했다. 2018~2020년 한동안 감소했던 쌍용건설의 수주 잔액은 지난해 6조5942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는 지난 5월 말 기준 6억7044억원의 수주 잔액을 기록했다.
쌍용건설은 이제 ICD와의 인연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세아그룹이 쌍용건설 인수에 나서면서 쌍용건설이 7년 만에 국내 기업 품으로 돌아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인수·합병(M&A) 대상은 두바이투자청이 보유한 쌍용건설 지분(99.95%)이다. ICD가 쌍용건설을 인수한 이후 쌍용건설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무대에서의 영향력도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김 회장은 오히려 쌍용건설이 디벨로퍼로서의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해외에서는 단순 도급에서 벗어나 글로벌세아그룹의 해외 투자 경험에 쌍용건설의 역량을 더해 디벨로퍼로서의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며 "글로벌세아그룹의 해외 법인 및 네트워크와 관련된 시공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아그룹이 진출한 중남미 국가 등에서 다양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룹 건설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김 회장은 "LNG,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인 발맥스기술과의 제휴는 한국가스공사가 추진하는 평택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에 시공사로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참여 중인 쌍용건설이 친환경 에너지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ESG 경영(환경·사회·책임경영) 기반 건설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그룹이 1997년 해체된 후 쌍용건설은 1999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런 굴곡 속에서 김석준 쌍용건설 대표이사 회장은 쌍용건설 경영 일선을 책임졌고 2004년 기업회생절차 졸업을 이끌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PF사업 부실 탓에 유동성 위기를 겪은 쌍용건설은 2015년 김 회장의 네트워크로 두바이투자청(ICD)을 끌어들여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회생절차에서 벗어났다.
숱한 고비마다 김 회장이 주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위기 때마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을 분양할 때에는 직접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찾아 교민들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벌여 200여 가구를 분양하는 데 앞장섰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김 회장 행보는 명절에도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때 김 회장은 두바이 출장에 나서 로열 아틀란티스 호텔, 두바이 엑스포 한국관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과 시간을 보냈다. 2019년 추석에는 아프리카 르완다를 찾는 등 해외 현장 점검과 직원과의 만남을 위해 지구촌 곳곳을 누볐다.
▶▶ 김석준 회장은…
1953년 4월 쌍용그룹 창업주인 김성곤 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대광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거쳐 1977년 쌍용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 1983년 쌍용건설 대표이사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