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사 실적전망 줄하향 ◆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상반기 기업들의 투자활동 역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계획이 연기되거나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가 공시한 신규 시설투자 규모는 6조570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조2253억원 대비 9% 감소했다. 2분기로 진입할수록 감소폭은 더 크게 나타났다. 지난 2분기 상장사의 시설투자 규모는 3조6261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217억원 대비 28% 줄어들었다.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상장법인은 자기자본의 100분의 10(대규모 법인은 100분의 5) 또는 1000억원 이상의 신규 시설투자를 결정할 경우 공시하게 돼 있다.
건당 투자 규모 역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상반기 신규 시설투자 공시 중 규모가 자기자본 중 10%가 넘는 투자는 전체의 82.6%였으나 올해는 이 비중이 73.2%로 떨어졌다.
대규모 시설과 장비가 필요한 화학 분야가 전체 투자 규모 축소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화학·소재 분야 투자 규모가 1조1384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4556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롯데케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화학기업이 2000억원 이상 자금을 투자해 2차전지·친환경 소재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1000억원 이상의 시설투자가 태광산업의 아라미드 공장 생산라인 증설 외에는 없었다. 화학 분야 투자 축소는 회사채 금리 급등으로 인한 자본 조달 비용 증가와 제품의 주원료인 원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실적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장품·식음료 등 소비재 부문에서도 설비투자 규모가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교촌에프앤비·해태제과식품·코스맥스 등 소비재기업이 공장·신사옥을 신설하거나 물류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총 1483억원을 투자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이 분야에서 어떠한 신규 시설투자도 공시되지 않았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 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불확실성"이라며 "지금은 경기 침체가 언제 올지, 얼마나 길게 갈지 등 방향성이 잡히지 않아 기업의 투자 계획이 일부 축소·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상승기에 보유한 현금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의 장기 주가 흐름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