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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코스피 상장사 전체의 외화순손익은 -4876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4080억원) 대비 손실 규모가 19.5% 늘었다. 외화순손익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자산과 부채 가치가 환율에 따라 변동하면서 발생하는 손익을 뜻한다. 이미 실현된 손익과 실현되지 않은 장부상 가치 등락을 더해 계산한다.
외환손실은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금융비용에 포함돼 당기순이익 규모를 줄인다. 당기순이익은 배당금 지급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외환손실 증가는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 1분기 외환손실 규모가 가장 큰 상장사는 한국전력이다. 한국전력은 1분기 2879억원의 외환손실을 봤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 273억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외환손실 급증은 외화표시 부채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표시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4분기 5816억5900만원에서 올 1분기 9607억7200만원으로 65% 넘게 증가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달러 대비 원화값이 떨어지면서 손실이 늘어났다"며 "외화 자산과 외화 부채 비율이 1대8 정도여서 원화값 변동에 따른 자산가치 증가보다 부채 증가로 인한 손실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 통화 스왑 등을 통해 환 리스크를 헷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가스공사의 외환손실 규모 역시 코스피 상장사 중 4번째로 컸다. 지난 1분기 외환손실은 1011억원으로 전 분기 107억원 대비 9배 이상 늘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제품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손실을 메우려면 빚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의 외환손실 규모도 각각 코스피 상장사 2위, 3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외상으로 원유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채인 '매입채무'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말 5조6612억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매입채무는 석 달 새 7조4421억원으로 31.4% 늘었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자산과 부채를 그대로 편입하면서 손실 규모가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원유 구매 대금 지급이 전액 달러로 이뤄지는 업계 특성상 달러당 원화값 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향후 등락에 따라 상쇄되거나 확대될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비와 항공기 리스비 등 대금 결제를 달러로 해야 하는 항공사도 외환손실 규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나항공의 외환손실은 지난 1분기 931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5위, 대한항공은 658억원으
지난 2분기에는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분기에 비해 급락한 만큼 외환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3월 달러 대비 원화값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1~1.9% 하락했으나 지난 4월에는 3.5%, 지난달에는 3.9%로 낙폭을 키웠다.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