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어마켓 블루 ◆
"월 270만원 정도를 버는데 8개의 대출로 7700만원을 빚졌지만 비트코인 마진 거래로 원금을 모두 잃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25세 A씨는 이 같은 내용의 글을 국내 한 대출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는 "한 달에 원금 90만원에 이자만 103만원이 나가 부담이 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했다. 친누나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20대 B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는 급등 코인에 투자하려는 욕심에 제1금융권에서 3000만원을, 제2금융권에서 2200만원을 빌렸다. 한 달 월급 230만원이 원리금으로 나간다. B씨는 "집안이 넉넉하지 않아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비트코인이 급락하면서 우울감에 빠진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더 위험한 것은 이들이 원금이라도 찾고자 급등락 코인에 쏠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최근 지루한 장세를 이어가면서 소위 '잡코인'들이 크게 뛰고 내리는 장세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이뮤터블엑스라는 코인은 지난달 29일 25분 만에 185% 올랐다가 15분 만에 모든 상승분을 반납하기도 했다. 순식간에 고점 대비 60% 이상 빠졌다.
4일 매일경제가 업비트에 원화 상장된 코인을 모두 조사한 결과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위아래로 5% 내외였던 지난달 20일부터 2주간 업비트 원화 상장 코인 113종 중 하루에 25% 이상 급등락한 코인은 25종에 달한다. 스트라티스(97%), 플레이댑(59%), 리스크(54%), 하이브(54%), 그로스톨코인(53%), 스토리지(57%) 등은 하루에만 50% 이상 급등했다. 반대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규모가 큰 코인은 대체로 잠잠했다.
하지만 업비트의 지난 한 달 원화 상장 코인 전체 상승률을 보면 가장 높은 게 스토리지로, 한 달 전에 비해 15.66% 올랐다. 대부분 그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급등 코인 대부분이 소위 '잡코인'이기 때문에 뚜렷한 호재 없이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한 탓이다. 하락장에서 급등 코인에 눈을 돌린 대부분의 투자자는 투자금을 또 잃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남은 돈에 대출까지 끌어와 해외 거래소를 활용한 마진 거래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트래블룰이 적용돼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이동이 다소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해외 거래소 활용이 가능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바이낸스나 바이비트와 같은 해외 거래소를 활용해 원금의 20~30배에 달하는 많은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완전히 청산당하기도 한다.
[최근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