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한주형 기자] |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정비사업 필수 비용 반영 및 기본형건축비 현실화를 골자로 한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이 나온 이후 일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이주비 대출 실행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비 대출이란 정비사업으로 건물 철거가 시작되면 조합원들이 임시거처를 얻어 원활히 이사할 수 있도록 금융권에서 단체로 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을 받아 전세자금을 마련하거나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현재 이주비 대출 한도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이하로 책정돼 있다.
이주를 앞둔 한 조합원은 "원래 이주비 대출을 받지 않고 아들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조합의 권유대로 이주비 대출을 무이자로 받아 전세살이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다"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커녕 사업자들의 숙원이었던 택지비 조정마저 이뤄지지 않으면서 예상보다 분양가 인상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확인된 데에 대한 결정이다. 이주비 대출을 최대한 끌어와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올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시뮬레이션한 분양가 인상률은 1.5~4% 수준이다.
특히 재건축의 경우 이주비 금융비가 반영 항목의 전부인 만큼 이주비 대출을 받는 조합원이 많을수록 분양가가 높아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조합원 580명)의 경우 조합원의 70%가 이주비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분양가가 3.03%가 오를 것으로 산출됐다. 반대로 다주택자가 많아 이주비 대출이 가능한 조합원이 전체의 30%에 그칠 시에는 분양가 인상률도 1.35%에 불과할 전망이다. A아파트의 예상 일반분양가는 3.3㎡당 약 6310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이주비 대출 시 금융 조건과 세금 문제 등을 면밀히 따져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우선 이주비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의 한 종류인 만큼 세대당 한 건만 가능하다. 또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정 기간 내에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이주비 대출은 매매가격이 아닌 감정평가액을 기반으로 LTV를 산정하기 때문에 대출 금액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기회비용을 계산한 후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과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조합이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고 이자비용을 사업비로 처리하면, 세무당국은 조합의 이자 대납을 조합원이 향후 일반분양을 통해 얻게 될 수익을 미리 배당받는 선배당 행위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를 물린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조합은 이자 비용을 먼저 지출하고 조합원에게 빌려준 것으로 정리한다. 이후 분담금에 이자비용을 포함해 되돌려 받는다. 엄밀히 따져보면 무이자 대출이 아닌 것이다. 여기에 근저당 설정 비용을 비롯한
복수의 세무법인 관계자들은 "유권해석을 두고 국세청과 사업자 간 의견 대립이 팽팽했다"라며 "조합은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조합원들이 개인의 경제 상황과 거주 여건을 살펴 최선의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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