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폴트옵션發 퇴직연금 빅뱅 ④ ◆
영국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는 올해로 시행 10년 차에 들어섰다. 2012년부터 근로자 1인 이상의 모든 영국 사업장은 퇴직연금에 강제로 가입해야 한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는 별도로 운용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생애주기별 펀드나 자산 배분형 펀드 등 디폴트(기본) 펀드에 적립금이 자동으로 투자된다. 근로자가 원할 경우 탈퇴(opt-out)도 가능하나, 3년 뒤 자동으로 재가입된다.
2012년 47%에 그치던 영국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2021년 79%까지 늘어났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2012년 27만명에서 2021년 132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상당수가 기존 확정급여(DB)형에서 넘어온 가입자들로, 현재 DB형 가입자는 DC형의 절반 수준인 670만명에 그친다. 현재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99%가 디폴트 펀드에 연금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
중저소득층 근로자를 위해 노동연금부 후원으로 운용되는 'NEST(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국가퇴직연금신탁)'가 대표적인 퇴직연금 기금이다.
오퍼먼 차관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제도(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가 도입 10년 차를 맞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수익률 향상을 목표로 하는 '디폴트옵션 2.0'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의 핵심은 '투명성'이다. 현재 연금사업자들이 근로자들에게 자신의 연금 자산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수익률 및 수수료 구조는 어떤지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오퍼먼 차관은 "현재 NEST는 분기별로 투자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며 "사적 기금들도 운용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도 개혁에는 현재 임금의 8%에 그치는 퇴직연금 적립률 상향 조치도 포함될 예정이다. 지난 2012년 DC형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가 도입될 당시 임금의 2%에 그쳤던 최소 적립률은 2019년 8%로 늘어났다. 근로자가 4%를 적립하면 회사가 3%를 추가하고, 정부에서 1% 이내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노후 자산을 형성하기에 8%는 너무 작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니얼 블레이크 영국 연금연구회 학회장은 "영국 근로자 평균 연봉은 3만파운드(약 4700만원)인데, 사적기관 근로자 1인당 평균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0년 기준 2000파운드(약 310만원)에 그친다"며 "전체 임금의 7% 정도만이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활용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소 적립률을 12%까지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입장이다.
오퍼먼 차관에 따르면 퇴직연
[런던 = 신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