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에 이어 연속적인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외화표시채권(Korea Paper·KP물)에 대한 투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소 가입 금액이 20만달러(약 2억5700만원)로 진입 장벽은 높지만 4~6%의 금리에 환차익까지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거론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6월 KP물 영구채 판매금액은 848억원으로 벌써 전년(1178억원)의 72% 수준을 달성했다. 5년 콜옵션 조건의 신한금융지주 영구채는 금리가 연 5.87%에 달한다.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조기 상환이 가능해 만기보다 빠르게 수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그 밖에 흥국생명(4.47%), KB국민은행(4.35%), IBK기업은행(3.9%) 등도 국내보다 높은 회사채 금리로 KP물이 나왔다.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금융사 발행 KP물이 도산 위험이 적어 특히 인기가 높은 편이다. KP물은 은행, 주요 기업들이 외화 자금 조달을 위해 외국환으로 발행한 채권을 뜻한다. KP물은 달러 발행 비중이 78%로 가장 높다. 달러 발행 KP물은 미국 금리를 기준으로 달러를 이자로 받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채권 이자율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면 미국의 채권 금리가 국내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산금리가 붙게 된다. 국내보다 고금리 조건으로 쏠쏠한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모승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투자등급 KP물의 가중평균 발행금리는 2.6%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며 "올해 발행은 작년보다 감소했지만 직전 5개년 평균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KP물은 소위 자산 규모 1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특히 높은 상품이다. 최소 가입 금액이 20만달러로 일종의 진입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대부분의 채권 상품은 유통시장에서 발행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KP물은 가격 변동폭이 큰 편인데 이를 활용해 가격이 떨어졌을 때 매수하고 오르면 파는 식으로 차익 거래도 가능하다. 차익 실현과 더불어 고금리로 인한 이자 수익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 자연스러운 환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 KP물은 달러로 투자하고 이자수익도 달러로 수령하기 때문이다. 달러당 원화값이 한때 13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데 만약 달러당 원화값이 1100~1200원일 때 KP물 투자를 진행했다면 쏠쏠한 환차익을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KP물은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를 장기적으로 보유하려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