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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2년 1분기 외환당국 순거래액 내역'에 따르면 이 기간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 외환당국이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순매도한 외환 거래금액은 83억11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9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종전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3분기(71억4200만달러)보다도 11억6900만달러가 더 불어났다.
통상 달러당 원화값은 시중은행 거래 등을 통해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외환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락세가 심해지면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달러를 사거나 팔아 시장을 안정시키는 조치를 취한다. 올해 들어서는 달러당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당국이 시장에서 달러를 팔아 원화값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달러당 원화값은 1200원에 이어 1300원까지 붕괴되는 등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원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을 대폭 사용하며 국가신인도를 떠받치는 한 축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5월 기준 4477억1000만달러로 전월(4493억달러) 대비 15억9000만달러 줄어들어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이 기간 외환보유액 감소폭은 140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외환보유액이 이처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은 이례적이다. 외환보유액은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넉 달간 38억4000만달러 줄어든 후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지난해 10월 4692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7개월 만에 215억달러 급감했다.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증발하는 가운데 재정건전성까지 악화하며 국가신인도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의 신뢰도를 떠받치는 외환보유액과 재정건전성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최신 외환보유액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외환보유액 적정선이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 통화량(M2)의 5% △유동 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 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산출한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비중은 98.94%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가라앉았다. 적정 외환보유액 비중은 2020년(98.97%) 처음 100% 아래로 가라앉은 이후 재차 역대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비중은 2000년만 해도 114.27%에 달했지만 2018년 이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인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데다 북한 등 지정학적 현안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넉넉히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1303.7원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이는 장중 1303원을 기록한 2009년 7월 14일 이후 약 13년 만에 최저치다. 이날 외환시장은 전날(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분기 성장률 지표에 주목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국
외환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 환헤지 소식이었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중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 비중은 각각 26.8%와 7.1%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연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이 높아지자 달러 매수의 큰손으로 자리 잡아 원화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정환 기자 /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