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주문하며 그 근거로 헌법까지 소환했다. 금융감독원의 시장 개입을 비판적으로 보는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헌법 발언'에 어리둥절하다. 과연 법률가 출신이라 다르다는 평가와 함께 관치금융의 헌법적 근거까지 얘기한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원장의 정확한 발언은 이렇다. 그는 지난 23일 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헌법과 법률 그리고 이에 따른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은행의 공적 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감독당국도 이와 관련한 역할과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이에 기초해 (금리 인상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을 살펴보면 은행이나 금융기관의 공적 기능을 명시적으로 적시한 조문은 없다. 다만 '경제민주화' 조문으로도 알려진 헌법 제119조가 이 원장의 발언 취지에 가장 부합한 것으로 추정된다. 헌법 제119조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의 순환출자 금지, 금산 분리,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도입 등 대기업의 과도한 자원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가 경제주체 간 조화를 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고, 구체적인 사항은 입법을 통한 법률로 정해야 한다"며 "은행의 공공성에 대해 헌법을 직접 논거로 제시하는 것은 다소 지나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 논란'과는 별개로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