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이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포함해 지배주주의 이익 추구에 활용된다는 소액주주들 우려가 있는 만큼 대책 마련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코스닥 기업들의 '회사분할 결정' 공시는 13건이며 이 가운데 12건이 물적분할 방식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의 물적분할 결정(9건) 건수보다 많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0~2021년 이뤄진 물적분할 377건 가운데 약 55%(210건)는 코스닥에서 나왔다.
올해 상반기 물적분할 사실을 밝힌 코스닥 회사(거래정지·상장폐지 종목 제외)는 공시를 낸 뒤 지난 24일까지 주가가 평균 9.8% 하락했다. '쌍용차 인수전'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KG ETS를 제외하면 하락률은 16%로 커진다. 물적분할은 떼어낸 사업부로 세운 신설회사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이다. 주주들이 지분율에 따라 신설회사 주식을 나누는 인적분할과 차이점이다. 팬데믹 기간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틈을 타 기업들이 자회사를 재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이 횡행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코스닥 회사들은 대체로 사업구조 재편 등 효율성을 높일 목적으로 물적분할을 활용했다. KT알파는 지난 4월 물적분할 방식으로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부문을 떼어내 '알파DX솔루션'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KT알파는 커머스(상거래)·콘텐츠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정보통신은 지난 3월 클라우드 사업을 분할해 신설회사 '클로잇'을 세운다고 공시했다. 성장성이 밝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 세중은 지난 20일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을 분할하고 9월 '세중클라우드'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골프의류 업체 크리스에프앤씨는 온라인 쇼핑 부문을 분할해 '크리스몰'을 설립했다. 누리플랜은 업계 선두인 경관조명 부문을 분할해 '누리웍스'를 설립할 계획이다. 물적분할을 밝힌 회사 가운데 재무구조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터치스크린패널 부문을 분할한 에스맥은 감사의견 '한정'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반도체 설비 부문을 분할해 '아래스세미'를 설립한 에스에이치엔엘(옛 아래스)은 상장폐지됐다.
기업들 물적분할로 소액주주들 권리가 지켜지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부터는 자산 규모 1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물적분할이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도구로 남용되지 않도록 방지하면서 주주 간 이해충돌을 최소화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