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이를 반대로 뒤집어보면 외부 리스크 해소는 중국 기업 주가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하반기 중국 기업 투자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미·중 관계 회복이 거론되고 있다. 곳곳에서 미·중 관계가 과거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이벤트는 역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대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시진핑과 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고 지난 18일에도 "머지않아 시진핑과 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측에서는 아직 미·중 정상 간 전화 통화 여부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중 외교가에서는 이르면 7월 중 두 정상 간 전화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중 양국 정상의 마지막 대화는 지난 3월 18일로, 당시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에 다시 두 정상이 대화에 나설 경우 논의할 주제는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 철폐가 될 전망이다.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 대중국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0년 만에 최악의 물가 상승으로 국민의 고통이 커지자 정부 내에서 물가 안정 차원을 위해 대중국 관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중 갈등의 최대 화약고로 꼽히는 대만 문제에서도 미국이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내려면 중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 의견을 일부 수용하면서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의 도움을 약속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대만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취임 이후 세 차례나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에 개입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홈페이지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예고 없이 삭제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변화의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국무부가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하면서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슬그머니 되살린 것이다. 미국 정부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지만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만 문제와 관련해 갈등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