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한 금융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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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 속에 2% 넘게 하락하며 2340선까지 밀려났다. 전날 뉴욕증시가 급등한 영향으로 강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곧바로 하락 전환했고 장중 낙폭을 키우며 지난 20일 기록한 연저점을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자동차, 2차전지, 건설, 항공, 철강, 화학, 화장품, 증권, 금융, 서비스, 기계, 식품 등 전 업종이 하락세로 마감했다. 코스피에 포함된 931개 종목 가운데 870개 종목이 하락했고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도 속출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외국인의 매물과 일부 악재성 재료가 유입되며 하락했다"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시간 외 지수 선물이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불거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로 인한 수급 공백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날 기관투자자들은 금융투자와 연기금을 중심으로 코스피를 순매수하며 반등을 이끌었지만, 이날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에 기관도 매도세로 돌아서며 낙폭을 키웠다.
과거 증시 하락장에서 반등을 이끄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던 연기금 매수세도 사라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폭락한 2020년 3월 한 달 동안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3조33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약 700억원어치를 팔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심의·의결한 '2023∼2027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에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 들어간 만큼 과거와 같은 대규모 매수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과 내년 말 국내 주식 비중 목표를 각각 16.3%, 15.9%로 잡았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주식 비중은 16.9%였는데 점차 낮추기로 한 것이다.
증시 거래대금도 올해 최저 수준으로 메말라 이 같은 수급 공백이 지수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평균 20조6509억원에 달하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16조6686억원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지난 21일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은 7조4408억원으로 올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코스닥과 합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14조3640억원으로 올 들어 세 번째로 낮게 집계됐다.
급격한 증시 하락에 반대 매매로 인한 매물 압력도 더해지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고점에서 신용융자로 투자했다가 지수 대비 20% 이상 손실이 난 투자금 규모가 약 8조원에 달한다고 분석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20% 이상 손실이 추정되는 신용융자 규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5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조3000억원"이라며 "최근 국내 증시가 하락 구간에서 글로벌 대비 부진한 이유도 반대 매매 매물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용융자는 140%의 담보비율을 유지해야 하며 주가가 단기간에 20~30% 급락해 담보 부족이 발생하면 그만큼 반대 매매가 일어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올 들어 처음 20조원 아래로 감소했다.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 시총은 올해 1월 3일 대비 483조3316억원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비스업 시총이 90조원가량 감소하며 화학업종에 밀렸고,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81%에서 9.30%로 하락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형 인터넷주 등 기술주의 약세로 낙폭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또 통신업, 음식료품의 시총 비중이 늘어나면서 은행, 증권업
한편 국내 증시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낙폭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신용 반대 매매로 인해 수급이 혼탁해졌다는 점이 장중 낙폭을 키우는 추가 요인이긴 하지만, 이 같은 수급 노이즈는 가격의 일시적 흔들림을 초래할 뿐 가치 변화를 유발하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