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말 경기도 시흥시 아파트 전세계약을 갱신한 집주인 A씨는 정부의 '6·2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세입자와 공인중개사를 찾았다. 당초 계약 시점보다 계약일을 한 달여 늦춰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자고 설득하기 위해서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5% 이내로 임대료를 올리는 상생임대인에 대해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거주 요건을 면제하기로 했는데,작년 12월 20일 이후 맺은 임대계약에만 적용된다. 곧바로 정책 수혜를 보기 위해 편법 재계약을 맺으려는 시도가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인상한 상생임대인을 대상으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는데, 이 혜택은 상생임대인 제도가 최초로 시행된 2021년 12월 20일부터 2024년 12월 31일 계약 체결분까지 적용된다. A씨처럼 지난해 12월 20일 전 전세계약을 갱신한 상생임대인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A씨가 정책 수혜를 전혀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2024년 12월 31일 계약 체결분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앞서 맺은 계약의 만료 시점인 2023년 11월에 5% 이내에서 전세계약을 맺으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2025년 11월까지 해당 주택 매도에 발이 묶인다. 편법으로라도 계약 시점을 제도 시행일 뒤로 미뤄두면 주택 매도에 있어 운신의 폭이 커진다.
세무법인 송우의 천경욱 세무사는 "갱신 계약 시점을 제도 시행일 이후 시점으로 늦추더라도 종전 계약 만료일과 갱신 계약일 간 시차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과세당국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큰 폭의 임대료 상승을 포기하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보려는 다주택자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해석이 나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체결한 계약으로 적용 대상을 한정한 것은 종전 상생임대인 제도 시행일(2021년 12월 20일)을 기준으로 제도를 확대 운영하다 보니 나온 결과다. 기존 제도는 임대를 개시하는 시점에 기준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상생임대인 자격을 인정해 대상 자체가 많지 않았던 데다, 비과세 2년 거주 요건 중 1년만 인정하는 등 혜택이 제한됐기 때문에 형평 논란이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발표를 통해 임대 개시 시점에 다주택자이거나 1주택자 전환 계획이 있는 임대인 모두로 제도 적용 대상 범위가 확대되면서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려 상생임대인의 자격을 갖췄어도 12월 19일에 맺은 계약이냐, 12월 20일에 맺은 계약이냐에 따라 이들이 받는 혜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