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우)는 한앤코19호가 홍 회장 등 3명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청구 소송 7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홍 회장과 한 대표가 각각 증인석에 섰다.
먼저 증인으로 출석한 홍 회장은 "(남양유업 매각 결정으로) 처에 대한 남편으로서의 도리, 자식에 대한 부모로서의 도리를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작년 대국민사과 당시 가슴이 찢어졌다"고 호소했다. SPA 계약 과정에서 자녀의 임원직 유지를 조건으로 내세운 배경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주신 가업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팔게 됐는데 가족들에 대한 도리를 지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선 한 대표는 "남양유업은 가업이 아닌 상장기업이다"라며 "(경영권 매각으로) 3107억원을 받는게 (홍 회장 입장에서는) 가족을 챙긴 것 아닌가"라며 날을 세웠다.
◇ '백미당 분사· 자녀 예우' 둘러싼 상반된 주장 이어져
이날 홍 회장은 백미당 분사 및 자녀 임원 예우가 이번 거래가 시작되는 대전제라고 입장을 강조했다. 홍 회장 측에서 자문사 역할을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을 통해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홍 회장은 "백미당 분사와 자녀에 대한 예우 등이 사전에 협의됐다는 전제 하에 한앤컴퍼니를 만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증인석에 선 한 대표는 상반된 주장을 했다. 지난해 5월 11일 홍 회장과의 첫 만남을 가진 한 대표는 몇일 뒤 함 사장을 통해 백미당 분사를 희망하는지 의사를 물었다고 한다. 한 대표는 "홍 회장은 '나는 외식사업이 관심이 없다'며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 대표는 "매도자가 어떤 자산을 파는지 파악하는 일은 (사모펀드에게는) 가장 중요해 거래 대상을 재차 물어본 것"이라며 "만약 매각 과정에서 백미당 분사 논의가 있었다면 회계법인 실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다, 분할 등을 통해 회사를 새로 만들어야 해 거래 종결 시점도 길어지고 절차가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남양유업 SPA 날인, '조건부'였다는 홍회장
이날 홍 회장은 주식매매계약(SPA) 과정에서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의 독촉으로 계약서에 날인했다며 계약 효력을 부정했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계약 전 약속했던 백미당 사업권 보장과 홍 회장 가족들에 대한 임원 예우 등이 계약서에 빠져 있어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당시 소송 대리를 맡았던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추후 보완하면 된다"고 말해 계약서에 조건부로 도장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 측은 이와 함께 김앤장이 계약 과정에서 홍 회장 측 뿐 아니라 한앤코의 대리까지 양쪽을 중복해서 맡아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앤코 측 소송 대리인은 이를 두고 "피고(홍 회장)의 말대로라면 (박 변호사의 행동은) 사기이고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할 일"이라며 "왜 1년 넘게 형사 조치를 안 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 주당 82만원 흡족해하던 홍 회장, SPA 체결 후 "정신과 진단서 보내겠다 해"
거래 초반 한앤코가 제안한 70만원에서 만족하지 않았던 홍 회장은 세 차례에 걸쳐 주당 82만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홍 회장은 남양유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를 고려해 매수 가격을 더 쳐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회장은 "한 대표에게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았던 남양유업 공장 5곳의 부지의 개발 가치만 2000억~3000억 될거라 (주당) 77만원으로으로는 어렵지 않겠냐는 식으로 가격을 82만원까지 올렸다"고 설명했다.
제안이 받아드려져 만족한 홍 회장은 그러나 몇 일 뒤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계약 체결 직후 조건 등이 문제가 되자 '서울대 정신과 진단서를 보내겠다'는 식으로 직접 연락을 하며 괴로워했다"고 증언했다.
◇ 리스크 해소 비용으로 '120억' 산정한 한앤코
이날 진행된 심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3일 한앤코는 SPA를 통해 합의된 가격(82만원)에서 3만원 올린 85만원을 홍회장에게 다시 제안했다. 대신 ▲거래 종결일을 7월 15일로
한 대표는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통해 클로징(거래 종결) 리스크와 오너 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금융 비용으로 약 120억원을 산정했다"며 "대가 없이는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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