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학개미 수난 시대 ◆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81% 하락한 5만9800원에 이날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5만원대로 추락한 것은 2020년 11월 10일 이후 19개월 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15일 나흘 연속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운 데 이어 이날 또다시 신저가를 기록했다.
카카오도 이날 신저가를 경신했다. 장 초반 7만200원까지 밀리며 7만원 선을 위협받았지만 후반 들어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0.14% 하락한 7만2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기록한 역사적 고점에서 삼성전자와 카카오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각각 38%, 58%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카카오는 지분 1% 미만 주식을 소유한 소액주주가 각각 500만명, 200만명에 달해 대표적인 국민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는 506만6351명이다. 지난해 한국 인구수가 5174만명임을 감안하면 전 국민 가운데 약 10%가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는 얘기가 된다. 소액주주들이 가진 주식 수는 39억2291만주에 달한다. 총 발행주식 수 대비 65.71%에 해당하는 수치다.
카카오 주식을 소유한 소액주주도 202만2527명에 달했다. 카카오 소액주주들이 가진 주식 수는 총 발행주식 수 대비 61.8%에 해당하는 2억7579만주다. 카카오그룹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소액주주도 각각 75만8315명, 29만1272명에 달했다. 카카오 삼형제의 소액주주를 단순 합하면 300만명이 넘는 수준이다. 그 밖에 현대차 소액주주는 106만2211명에 달한다. 네이버는 91만2266명으로 100만명에 근접했다. 현대차와 네이버 주가도 지난해 기록한 고점에서 각각 41%, 48% 하락했다.
약세장 속에서 개미들의 국민주 사랑은 여전하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총 14조417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각각 8조원어치, 6조69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731만7201주를 순매도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은 전날 50.09%에서 49.97%로 하루 새 0.12%포인트 낮아졌다. 2016년 4월 28일(49.59%) 이후 6년 만에 50%대가 깨졌다.
현재 국민주를 매수한 대다수 개미가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매수 평균단가는 7만8088원이다. 현 시세로 치면 평균적으로 23.42%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카카오 매수 평균단가는 11만5636원이다. 현재 37.56% 손실률이 예상된다. 현대차, 네이버의 매수 평균단가는 각각 22만6814원, 36만5335원인데 현재 주가는 이 가격 대비 각각 25.01%, 34.99% 낮다.
국민주들은 보통 시가총액 규모가 커 주가가 시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흐름이 지속되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 대형주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좀처럼 반등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향후 D램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면 주가가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로 인한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감소 우려도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이다. 이날 닛케이 아시아는 업계발로 삼성전자가 재고 급증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이유로 TV와 가전, 스마트폰 등 생산 관련 부품 공급사들에 신규 주문을 중단하고 기존 주문 제품도 선적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목표주가를 기존 8만8000원에서 7만9000원으로 10% 하향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점점 높아지는 금리는 결국 누적돼 올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에 더욱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높아진 우려를 반영해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60조7000억원, 49조7000억원에서 각각 4%, 18%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인터넷·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 특수로 높아진 성장주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반납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사업 성과에 따라 주가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예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광고·전자상거래 등 커머스 부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