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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제조사의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작년 4분기 56조4233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 16조1457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 규모가 1개 분기 만에 71%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5조7888억원에서 5조6925억원으로 84%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전 분기 대비 보유 현금이 늘어난 기업도 지난해 4분기 58곳에서 올해 1분기 52곳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악화된 기업으로는 한화·HD현대 등 지주사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한화시스템 등 방산주,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이 꼽혔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제품 제조·판매 등 수익 창출 활동을 할 때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말하는 것으로, 기업이 외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신규 투자와 주주 환원, 재무구조 개선 등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1분기 시총 상위 제조업체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악화된 것은 이익의 질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전망치에 비해 준수했지만 재고 자산과 매출 채권이 증가하면서 비현금성 이익의 비중이 늘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회계상 이익은 늘었지만 팔리지 않은 상품이나 수금하지 못한 거래대금이 늘어 실제 회사에 들어오는 현금은 줄었다는 의미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악화가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분기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영업활동에 투자·재무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을 더한 순현금흐름은 지난해 4분기 10조7158억원에서 올해 1분기 25조2904억원으로 늘었는데, 이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거나 신주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 규모가 늘어난 결과로, 기업 재무구조와 주주 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감소하는 것이 긍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인식된다. 특히 금리 인상기를 앞두고 차입을 크게 늘린 기업은 향후 부채 비율이 악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원자재 가격 급등, 원화값 하락 등 매크로(거시경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져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의 투자활동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코스피 제조사 100곳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6조7412억원에서 -26조4913억원으로 감소 폭이 줄었다. 투자로 지출한 현금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들의 향후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이 현재 컨센서스인 195조원에서 185조원으로 5%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경기 사이클 하강으로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률이 기존 8%에서 6%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지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실적 둔화와 경기 하강이 시작되는 국면에서는 매출이나 이익 성장세보다 현금흐름 개선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