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여파로 국내 증시가 추락하며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상장사 포트폴리오도 타격을 입게 됐다. 5년 안팎의 운용 기간에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해야 하는 PEF 운용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 기업 한온시스템 주가는 9850원에 마감했다. 52주 최고가인 1만8850원과 비교해 주가가 절반가량 하락한 것이다.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완성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며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온시스템 실적도 하락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온시스템 1분기 영업이익은 약 304억원으로, 전년 동기(940억원) 대비 70%가량 하락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한온시스템 주가 하락이 이 회사 대주주 한앤컴퍼니가 진행 중인 매각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1분기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해 한온시스템 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 거래 대상은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보유한 지분 70%다. 당시 7조~8조원 규모 거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한온시스템 주가가 1만원대 아래로 내려앉으며 매각 측도 거래 가격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과 인플레이션 등 여러 악재가 한온시스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매각 측이 가격 기대를 상당 수준 낮추거나 매각 절차를 보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여러 PEF 운용사가 증시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 1월 국내 1위 인테리어·가구 업체 한샘 경영권 인수를 완료했다.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해 주당 22만원, 총 1조4500억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샘 주가는 7만원대로, IMM PE가 인수를 논의하던 지난해 7월 당시 주가인 약 14만원 대비 절반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상장사 포트폴리오인 하나투어도 지난 4월 주가가 약 9만원까지 올랐으나 이날 6만4000원에 마감해 두 달 새 2만원가량 하락했다.
상장을 통한 엑시트를 계획 중이던 PEF 운용사도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케이스톤파트너스와 대신PE가 2018년 1250억원을 투자한 SK쉴더스는 최근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같은 해 H&Q코리아에서 약 5000억원을 투자받은 11번가도 이르면 올 하반기 상장을 계획했으나, 올해 들어 시장 침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PG, 칼라일 등 글로벌 PEF 운용사에서 투자받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