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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DB] |
약 1년여 전인 2021년 5월 3일, 공매도 재개를 알리는 한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이 댓글은 무려 1600개가 넘는 공감을 받아 베스트 댓글 1위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공매도' 라는 제도에 담긴 개인 투자자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방증일 것입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 중에서도 각각 시가총액 상위 200종목, 150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할 수 있습니다. 코스피·코스닥 전체 기업이 아닌 일부 기업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공매도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공매도 폐지"를 부르짖기 전 제도의 장단점을 철저히 파악하는 게 더 이롭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개인투자자도 공매도 제도를 하나의 돈 버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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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 = 매일경제 / 그래픽 = 조보라 디자이너] |
공매도는 매매기법의 한 방식입니다. 주식을 빌려 높은 가격에 먼저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서 갚아 수익을 냅니다. 매수 후 매도가 이뤄지는 일반적인 투자와 반대로 공매도는 매도가 매수 이전에 먼저 이뤄집니다. 주가가 현재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일단 비싼 값에 팔고, 싼 값에 구해 되갚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입니다.
주식을 빌린다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매도를 통해 A종목의 시세차익을 얻는 상황을 봅시다. 현재 A종목의 가격은 1만원인데요, 증권사에게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고 100주를 빌린 후 모두 현재 가격인 1만원에 팔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참고로 수수료율은 한국예탁결제원의 대차거래 호가 및 대차거래 체결수수료율에 근거해 결정되는데, 통상 연 0.1~5% 수준입니다. 소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한 것이니 100주, 총 100만원을 공매도한 것입니다. 주식을 빌렸으니 갚아야겠죠? 며칠 후에 100주를 다시 사려고 보니 이 A종목의 주가가 1만원에서 500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빌린 100주를 갚으려고 보니 50만원(1주당 5000원)만 필요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즉, A종목 거래로 50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이죠.
하지만 공매도는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오른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A라는 종목이 만약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오른다면 빌린 100주를 갚는데 200만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100만원은 손실이 되는 것이죠.
공매도는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차입 공매도란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과 같은 제3자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보관된 주식을 갖고 있는 제 3자에게 실제로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이죠. 반면, 무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매도하는 공매도를 말합니다. 없는 주식을 보유하기도 전에 미리 판 다음 결제일이 오기 전에 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매수해 주식을 빌려준 자에게 반환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이후 이 같은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했습니다. 현재는 차입 공매도만 가능한 셈이죠.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낙폭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익을 얻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는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고, 이것이 과도한 투매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20년 3월 16일 9년 만에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지난해 5월 3일부터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구성하는 전체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각각 200개, 150개 기업을 추린 것을 가리킵니다.
공매도는 기본적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기업을 선택하는 게 핵심입니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 대규모 유상증자 등 주가가 떨어질 만한 이슈가 있는 기업이라면 공매도를 할 만한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공매도를 할 수 있을까요. 먼저 금융투자협회의 사전 교육과 한국거래소의 모의거래를 이수해야 합니다. 교육을 이수하면 투자 경험에 따라 공매도를 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신규 투자자는 최대 3000만원까지 공매도 투자가 가능합니다. 거래 횟수가 5회 이상이면서도 누적 차입 규모가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7000만원까지 공매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이 투자자가 거래 기간 2년을 넘겼다면 공매도 제한이 사라집니다. 전문 투자자 역시 공매도 투자 한도가 없습니다.
공매도의 방식은 간단합니다. 평소 거래하는 증권사 거래시스템에서 공매도를 할 종목을 선택하면 개인의 신용도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예수금 등을 토대로 주문가능금액이 계산됩니다. 주문가능 금액 한도에서 원하는 주식 수를 대주 매도 진입(공매도)하면 거래가 체결됩니다. 국내 증시 특성상 한번 매수, 매도한 주식은 3일 후에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공매도를 통해 매도를 먼저 한 경우에도 3일 뒤에 결제가 이뤄집니다. 3일 후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불하면 되는 것이죠. 공매도를 하기 위해 빌린 주식은 개인투자자의 경우 90일 이내 상환해야 합니다. 가령 10만원짜리 주식 총 10주를 공매도 했다면 당장은 수수료만 내면 되지만 약 석 달 후에는 10주를 되사서 돌려줘야 하는 것입니다.
공매도 투자에서는 업틱룰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업틱룰은 공매도를 할 때 직전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호가를 내지 못하는 하는 규정을 말하는데요. 주가가 하락할 때 공격적인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가령 현 주가가 1만원인데 이보다 낮은 9000원에 대량의 매도 주문을 내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공매도 거래는 시장가 주문이 없고 호가를 직접 입력하는 지정가 주문만 가능합니다. 현재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대주 매도를 넣고, 주가가 하락하기를 기다린 후 대주 매수를 진행해야 합니다.
공매도는 아니지만 하락장에 수익을 내는 다른 방법으로는 선물 매도가 있습니다. 공매도가 빌린 주식을 매도해 시세 차익을 받는 구조라면, 선물 매도는 선물 만기일에 기초자산을 매도하고 그 대가로 사전에 정한 대금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선물을 매도하는 이유는 만기일이 됐을 때 현재보다 기초자산 가격이 투자자가 매수한 가격보다 낮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인데,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는 공매도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방법입니다. 또한 요즘은 지수를 역추종하는 인버스 펀드나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리버스 펀드가 거래되고 있습니다. 모두 현재 가치보다 하락에 베팅한다는 점에서 역방향 투자인 셈이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말만 들어서는 쉽게 느껴지지만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합니다. 일반적인 주식 투자의 경우 주가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아 원금 이상의 손실을 보지 않습니다. 손실액이 투자금 100% 이내로 한정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공매도는 주가가 오른 만큼 손실이 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원금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매도를 했는데 주가가 급상승한다면 200%, 300%까지 손실이 날 수 있는 거죠. 반면 공매도 최고 수익률은 상장폐지가 될 경우인 100%로 제한됩니다.
주식 투자를 하다보면 내가 산 가격보다 주가가 떨어져 본의 아닌 장기투자로 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당장 현금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면 버티기 전략을 쓰는 투자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공매도의 경우 3개월(90일) 내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이 버티기 전략을 쓰기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공매도를 한 종목의 주가가 일정부분 올라 정해진 담보비율을 밑돌 경우 반대매매로 기존 원금이 중간에 모두 회수 당할 위험도 있습니다. 반대매매란 돈을 빌려준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강제로 투자자의 보유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은 개인이 공매도를 하면서 주식을 빌릴 때 적용되는 담보 비율이 140% 수준인데요. 100만원을 가진 사람이 증권사에서 50만원을 빌려 주식시장에 150만원을 투자했을 경우, 개인투자자가 산 주식의 가치가 50만원에서 빌린 돈 50만원의 140%를 적용한 70만원 사이의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합니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담보 비율 등이 타이트해서 주가가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바로 반대매매를 받을 수 있다"며 "신용담보로 주식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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