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지는 S공포 ◆
13일 코스피가 2500선까지 수직낙하하며 삼성전자 등 147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썼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66% 하락한 6만2100원에 장을 마쳤고, 나스닥 급락 여파로 성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5.93%, 4.49% 급락해 신저가를 경신했다. 코스닥에서도 엔켐 등 297개 종목이 신저가를 썼다. 코스피는 상승종목 42개, 하락종목 881개로 전체 종목의 95%가 하락했다. 이날 증발한 시가총액은 코스피 71조95억원, 코스닥 17조7161억원 등 88조7256억원에 달한다.
2500선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코스피는 2504.51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점을 새로 썼다. 기존 최저치는 지난 5월 12일 기록했던 2546.80이었다. 장중 2510선을 하회한 것은 2020년 11월 16일(2507.46)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LG에너지솔루션(-2.35%), SK하이닉스(-4.35%), 삼성바이오로직스(-3.08%) 등의 하락폭이 컸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플레이션에 화물연대 파업 부담까지 가중돼 일부 생산라인에 차질이 발생하며 각각 5.15%, 3.88% 내렸다. 코스피 전 업종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의료정밀(-6.85%), 은행(-6.30%), 건설업(-5.18%) 업종들의 낙폭이 컸다.
한편 인플레이션 수혜를 받는 사료주와 경기방어주인 음식료 업종은 급등세를 보였다. 샘표(29.98%), 신송홀딩스(29.98%), 한일사료(27.43%) 등이 상승률이 높은 종목들이었다.
물가 충격에 16일(한국시간)로 예정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아닌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7월 자이언트스텝, 9월에도 빅스텝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지 확인하는 첫 번째 관문은 6월 FOMC 회의"라며 "현재 시장은 6월 FOMC에서는 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하겠지만 7월에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1.0%포인트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고 반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 정점 통과가 늦어질 것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7월 1.0%포인트 금리 인상, 연내 3.5% 이상 금리 인상 우려는 다소 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이 팀장은 "6월 FOMC에서 공개되는 점도표 수준이 관건"이라며 "3%를 하회한다면 통화정책 측면에서 안도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선 FOMC 이전까지 코스피가 2500 아래까지 하락할 수 있고 하반기까지 반등 속도 역시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하반기 지수 하단으로 2400선을 열어두며 하반기 증시 전망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고점 통과) 기대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연준의 경기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지수 하단으로 2500선 아래를 전망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2460) △신한금융투자(2400) △IBK투자증권(2400) △메리츠증권(2450) △키움증권(2480) △NH투자증권(2400) 등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6월 FOMC에서 연준이 매파적 스탠스를 취할 테고 9월에도 금리 인상 속도 완화를 확인할 수 없다면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경기 경착륙 우려를 전략과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침체 우려를 주식 가격에 반영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많을수록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하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주식 전반의 수익률이 당분간 고전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견조한 만큼 2600선 아래에서 매도는 섣부를 수 있다는 조언도 따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며 "굳이 찾자면 유가와 금리 상승에 영향을 덜 받는 정유와 은행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업황 개선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6월 FOMC에 대한 경계 심리로 일시적인 투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양호한 이익 전망을 고려할 때 관망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했다.
[김금이 기자 /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