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대출 서비스를 하는 미국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최근 모든 고객 자금에 대한 인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보유한 이더리움 자산이 한 번에 청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코인업계에서는 이더리움 가격이 1400달러를 하회하면 셀시우스가 가진 이더리움 자산이 자동 청산되면서 시장에 매도될 것으로 알려졌다. 셀시우스 거래 고객은 주로 미국 투자자이지만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31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셀시우스의 행태로 국내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투자자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셀시우스는 고객 자금을 인출하기 위한 준비금을 마련하고자 1조원 상당 비트코인과 860억원 상당 이더리움을 거래소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상자산 시장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13일 오후 7시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9.43% 하락한 3140만원에, 이더리움은 14.4% 떨어진 1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지난해 1월과 2월 이후 최저점을 경신했다.
셀시우스가 최근 위기를 겪는 이유는 가상자산 시장 전체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디파이 상품이 연달아 위기를 겪는 것과 맞닿아 있다. 특히 지난달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루나 사태와 닮아 있다.
이더리움은 자체 네트워크에 예금과 비슷한 형태의 '스테이킹'을 하면 일정 기간 이후 이자를 준다. 더 많은 이자를 얻으려면 많은 이더리움을 한 번에 예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종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리도파이낸스'가 등장했다. 리도파이낸스는 이더리움을 맡기면 대신 맡겼다는 증표로 'stETH'를 준다. 셀시우스는 바로 이 stETH를 이용해 이자 장사를 했다. stETH를 맡기면 이더리움을 빌려주는 식이다. 투자자들은 이를 활용해 리도에 이더리움을 맡기고 셀시우스에서 이더리움을 또 빌리는 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했다.
문제는 자산시장 가격이 하락하면 이자 놀이의 돈맥이 경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셀시우스에 맡겨놓은 이더리움을 찾아 시장에서 매각하려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이더리움이 아닌 stETH를 갖고 있는 셀시우스는 '뱅크런' 위기에 처했다. 셀시우스뿐 아니라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도 파생상품을 활용한 이자 농사 구조로 연달아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루나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구조를 본떠 만든 '트론'의 스테이블코인 'USDD'도 이날 개당 0.99달러까지 하락하며 고정가격이 깨졌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 당정도 대응에 나섰다. 특히 제2 루나 사태가 발생한다면 앞으로 국내 거래소에서 소위 '죽음의 단타'를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 간담회에서 "루나 사태 이후 가격이 폭락하는 가운데에서도 보유자가 20만명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내 거래소들도 공동 자율 개선 방안을 통해 루나 사태 같은 비상사태가 일어나면 가상자산 입출고 허용 여부, 거래 지원 종료 일자 등에 일관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루나 사태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국내 거래소가 동시에 입출금을 중단
유망한 코인을 상장하기 위한 기준도 거래소들이 자율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을 처벌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루나 사태에 대해서도 "검찰과 공조 여부를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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