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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05월 24일(16:2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자회사 상장(IPO), 합병 등 주요 재무활동이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그룹 등 주요 기업들의 대표적인 재무활용 방안인 물적분할·상장·투자유치 등 소위 '파이낸셜 스토리'가 더이상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며, 상장사들이 자사주 소각 등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대어급 공모주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부진으로 자진 상장철회했다. 최근 2년간 SK·LG·카카오그룹 등 주요 상장사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핵심 사업부 물적분할도 지난해 하반기 들어 주요 대통령 후보의 선거 공약에까지 등장하며 부정적 여론이 들끓자 자취를 감췄다. 포스코를 제외하고 대부분 상장사의 물적분할이 해당 사업부문의 상장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장의 최종 단계인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부진, 즉 시장의 외면은 결국 상장사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부자본을 활용한 확장전략, 즉 '파이낸셜 스토리'가 더 이상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SK그룹을 필두로 최근 수년간 주요 대기업들은 자사의 사업·재무자산을 지렛대(레버리지)로 활용해 사업규모와 영역을 확장하는 방안을 택했고, 주요 실행방안이 물적분할, 상장, 투자유치 등이다. SK그룹은 2019년부터 주요 계열사가 중장기 비전과 함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안을 제시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2차전지 회사인 SK온으로, 지난해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 했고 상장을 추진했으나 상장이 여의치 않자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로 선회한 상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한국형 지주회사제도에서는 그룹 계열 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가진 자가 수많은 계열사의 의사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힘은 계열사 무한 확장을 통해 지배주주가 얻게 될 인센티브로 이 과정에서 외부 자본의 조력을 이끌어 내는 전략 중 하나가 '파이낸셜 스토리'"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외부자본 활용안이 최대주주 등 주요 주주의 이해관계에 유리하게 활용되며 소수 주주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남곤 위원은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대표되는 '파이낸셜 스토리'에서 지배주주는 부담과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심지어 몇몇 사례의 경우에는 부담과 책임이 없는 경우도 발견된다"며 "외부 자본에 기댄 계열사 무한 확장을 방치하면 할수록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모회사에 투자한 소수주주의 권리가 직면하는 위험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 상장사들이 자사주 소각, 합병시 합병비율 재산정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 시장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은 '스토리보다는 지배구조 개선이 먼저'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파이낸셜 스토리'를 저격하는 한편 자사주 소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자사주 취득 등이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 증시 상장사들의 경우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 부양 및 안정 효과가 큰 주주 환원 정책이라고 보고 이를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발표가 주가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자사주 매입 이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주주들이 명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SK, 삼성물산, 한샘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소각해야 확실한 중장기적인 주가부양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자사주 소각 여부가 주주환원정책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오너 등 주요 주주가 지주사에 대한 지분이 많지 않자 높은 비율의 자사주를 사실상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비중을 높이면 의결권이 있는 지배주주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강화한다고 볼 수 있고,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넘길 경우 의결권이 생겨 경영권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27%)에 이어 자사주(24%)가 2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