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지는 S공포 ◆
일단 코스피가 미국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한국 코스피 상장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스 MSCI 코리아'(EWY)가 하루 만에 2.55% 떨어져 63.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미국 CPI가 발표된 이후 미국 시장에서 ETF 투자자들이 한국물을 그만큼의 강도로 팔았다는 뜻이다. 특히 EWY는 이달 6일 이후 한 주간 7.13% 떨어져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추종 ETF인 'SPDR S&P 500 트러스트'(SPY)가 6.03% 하락한 데 비해 낙폭이 더 컸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볼 때 코스피가 사실상 2600 지지선을 지키기 힘들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단지 매수 시기와 관련해서는 국제유가 급등세가 수그러들 시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투자 조언이 눈에 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정점에 달한 후 상승세가 둔화되는 것)을 찍어야 하는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점점 늦춰지면서 지수가 얼마나 더 하락할지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의 경우 2600선이 바닥이라는 전망은 수정이 불가피하고 다만 지수가 반등하려면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떨어져야 하는데 유가가 안정되려면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역시 "미국의 경우 물가 지표가 3월 이후 안정화될 것으로 다들 예상했는데 지난 10일 지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면서 "물가 잡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 때 이익 전망치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 공포감을 끌어올릴 국제유가 상승세가 언제쯤 수그러들지와 관련해서는 오는 11월 열릴 미국 중간선거 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대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재 매우 낮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기려면 11월 이전에 물가를 안정시켜 침체 압력을 줄여야 한다"면서 "이와 더불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도 8~9월 중에는 마무리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원유 생산을 자극할 것이고 전쟁 상황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 유가가 안정되면 이때가 주식을 사들이기 좋을 때"라고 언급했다.
현금과 주식 비중 조절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금 비중을 확대하기보다는 저점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며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윤 센터장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2400~2850으로 잡고 있는데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코스피가 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도 추천할 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상황과 경기 침체가 겹치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 역시 "이번주에도 코스피가 고전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감안하면 분할 매수 타이밍으로 볼 수 있지만 반등이 찾아오는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주 초반이 코스피 2550선 지지력 테스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3분기 안도랠리 전망은 유지하지만 그 경로가 예상보다 험난하고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 전략과 관련해 "조금 더 조심스러운 대응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시장 상황을 확인한 후에 매매 강도를 조절해야지 섣불리 추격 매도를 한다면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지수보다 개별 섹터나 종목으로 접근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센터장은 "리오프닝(경제 재개)도 전체적으로 수혜를 크게 볼 것들이 많지 않고 2분기 실적 시즌이 문제"라면서 "유가와 환율 때문에 여행·항공주보다는 배당 관점에서 에너지 업종을 보거나 주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쪽이 유망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조선, 정유 등 고유가의 수혜 산업이 물가 전가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근원 지표를 기준으로 보면 물가 상승세가 정점에 다가선 듯하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지나친 비관론과 공포심에 빠져 보유 주식을 투매할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 5월 CPI가 예상치를 웃돌며 투자 공포심이 되살아났지만 근원 CPI를 보면 인플레 피크아웃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한국 증시가 미국보다 선방할 것이라는 긍정론도 나온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저점은 2500선에서 확인될 것이고 오는 4분기 중에는 3000선까지 회복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인오 기자 / 강인선 기자 /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