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이슈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판이 제기된 이후 처음 나온 올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물적분할 이슈의 당사자인 LG, 카카오, SK그룹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제각각 다른 관점의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는 주요 상장사 중 올해 공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가 예년과 다른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우선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전보다 자세히 설명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LG의 2021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분량은 총 153쪽에 달하는데 정관과 이사회 규정 등 첨부 서류를 제외할 경우 90쪽에 이른다. 2020년과 2019년의 지배구조 보고서는 각각 61쪽, 60쪽 분량이다. 한국거래소의 지배구조 관련 요구항목이 늘어난 측면이 있으나 다른 주요 상장사들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가 기존과 분량, 내용 측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LG의 변화는 눈에 띈다.
특히 지배구조와 관련해 자신들의 미흡한 부분을 솔직히 인정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LG 측은 기업 분할 이슈와 관련된 항목(세부원칙 2-3)에서 "반대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명문화된 정책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관심을 기울이고 보완해 주주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주주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경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상 같은 항목(세부원칙 2-3)에서 좀 더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는 2021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주요 자회사들의 상장은 카카오의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관점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자회사의 연이은 물적분할로 카카오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지적에 원론적으로나마 강한 개선의 의지를 보인 셈이다.
반면 SK그룹은 올 들어 잇달아 자회사 상장을 자진 철회한 탓인지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들어 자회사 SK쉴더스·원스토어 상장을 자진 철회한 모회사 SK스퀘어는 "공시 대상 기간 직전 사업연도 개시 시점부터 현재까지 당사는 합병, 영업양수도, 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과 같은 소유구조 및 주요 사업에 변동이 없다"고만 설명했다.
SK그룹의 지주사이자 SK스퀘어의 최대주주인 SK 역시 해당 사항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LG 등 주요 상장사는 자사주매입 등 올해 밝힌 주주환원책 등의 내용이라도 지난해 기준 지배구조 보고서에 반영했다"며 "SK그룹의 지주사로서 상징적 위치에 있다고 스스로 밝힌 SK조차 언급조차 안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자산총액 1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총 10개 핵심원칙(항목)이 포함된 지배구조 보고서를 매년 5월말까지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