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영국 주식시장이 주요국 시장 침체에도 단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영국 경제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 의존도가 미미한데다 유로존에 속하지 않아 영란은행(BOE)이 통화정책을 비교적 자유롭게 펼칠 수 있어 런던시장에 상장된 대형주 주가가 잘 버티고 있다는 평가다.
8일 마켓워치와 야후 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런던증시(LSE)에 상장된 대형주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FTSE100 지수는 올해 들어 7일(현지시간)까지 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2.17% 하락했다. 미국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도 12.7% 빠졌다.
FTSE100을 구성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석유기업 셸(Shell)의 주가는 올 한해 50% 가까이 가파르게 올랐다. 유가 강세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백신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아스트라제나카도 올들어 7일까지 18% 상승했다. HSBC 주가도 올해 약 11% 오르는 등 영국 대형주 분위기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긴축, 금리인상, 지정학 리스크 등 글로벌 이슈에도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영국 시장이 강한 이유는 우선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4%에 불과할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영국과 달리 독일(49%), 이탈리아(46%), 프랑스(24%) 등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 경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유로화를 쓰지 않는 것도 최근 영국 경제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영란은행이 다른 유럽 국가들까지 신경 쓰지 않고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란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빠른 금리인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첫 금리인상 시점은 빨라야 다음달로 예상된다.
영국 주식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데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약세 국면이다. 이런 영향으로 특히 미국에 사장된 환헤지 ETF의 주가 수익률이 눈부시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HEWU(아이셰어즈 환헤지 MSCI 영국·iShares Currency Hedged MSCI United Kingdom)'는 7일 종가 기준으로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2.8%에 달한다. 연초이후 수익률도 8.5%로 FTSE100 지수의 수익률보다 3배 이상 높다.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익률 손실을 환헤지로 막고 오히려 달러 베이스로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환차익이까지 발생해 높은 수익률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펀드나 ETF를 통해 영국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현재 런던에 상장된 영국 기업들을 담고 있는 펀드나 ETF는 하나도 없다. 유럽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유일한 상품은 MSCI 닥스(DAX) 지수를 추
한 국내 대형 운용사 임원은 "유럽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과 중국 투자에만 관심을 보일 뿐"이라며 "유럽 상품을 내봐야 흥행에 참패할 게 뻔하기 때문에 어떤 운용사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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