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企 부실대출 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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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시중은행의 중소법인 고객 중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최근 금리 인상과 원자재값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창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
기업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소법인 고객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는 5만5876곳이었다. 이는 전년(4만5012곳) 대비 약 24%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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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의 2020년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약 215조7000억원이지만 이는 일부일 뿐이다. 국책은행과 지방은행 등 중소기업 지원에 특화된 금융기관 대출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말 전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04조6000억원에 달한다.
비교적 우량 중소기업 대출에 주력하는 시중은행의 한계기업 대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 은행권의 부실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중소기업의 은행권 자금 수요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16조6000억원으로, 2020년 말 대비 13.9% 늘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설자금과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등으로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6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분석을 한 결과, 기업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기업대출 연체율은 0.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계기업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 기간 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라며 "은행 고객 중 한계기업 비중이 상당히 커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율도 급속히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오는 9월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중소기업의 대출 부실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 경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중소기업은 이 같은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보증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창현 의원은 "기업의 도산은 가계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에도 영향이 큰 만큼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기업 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신규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기업에 자금 지원이 지속되면 결국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안전망을 마련하고, 금융기관이 중심이 돼 대출 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