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재건축·재개발 신속 추진 공약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분당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매경DB] |
5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4월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 2만2675건 가운데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건수는 4178건으로 집계됐다. 비중은 18.4%로 2008년 같은 기간 19.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 비중이 높아진 것은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대선 정국 속에서 여야 주요 후보들이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을 들고 나오면서 '누가 당선돼도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양시(일산신도시) 역시 올 1~4월 아파트 거래 가운데 29.8%를 서울 거주자가 사들였다. 2008년 32.6%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산본신도시가 위치한 군포시의 경우 같은 기간 서울 거주자 매입이 21.5%에 달했다. 산본신도시는 지난 4월 준공 30년을 맞은 한라주공4단지가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기 신도시 아파트 가운데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은 이 단지가 처음이다. 안양시 동안구(평촌신도시) 역시 지난 1~4월 서울 거주자 매입 비중이 21.3%에 달했다. 부천시(중동신도시)는 17.79%를 기록했다. 1기 신도시 대부분 지역 아파트 매매에서 5채 중 1채를 서울 거주자가 사들인 셈이다. 분당구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2월부터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오래된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건 결국 재건축 이슈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야당 소속 경기도지사가 탄생했지만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이어질 전망이다. 박빙의 선거 속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1기 신도시 선거구에서 판정승을 거둔 만큼 정부·여당과의 협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기 신도시가 포함된 성남시 분당구,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 일산서구, 안양시 동안구, 부천시, 군포시 6개 선거구(시·구 기준) 가운데 김 당선인은 4개 선거구에서 김은혜 전 국민의힘 후보를 꺾었다. 김 당선인은 일산서구에서 득표율 49.2%로 김 전 후보(49%)를 따돌렸고, 부천시와 군포시에서는 과반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안양시 동안구에서도 득표율 49.92%로 48.27%를 획득한 김 전 후보를 제쳤다.
김 전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가 포함된 분당구에서 득표율 56.41%를 기록해 승리했고, 일산동구에서도 과반(50.59%)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2곳에서 승리하는 데 머물렀다.
이번 선거에서 김 당선인은 0.15%포인트(8913표) 차이 승리를 거뒀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김 당선인이 이에 대한 공약을 다르게 내걸었을 경우 당선을 장담할 수 없었던 셈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기 신도시는 기반시설이 이미 잘 닦여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 용적률만 높이면 되는 만큼 새로운 신도시 개발보다 훨씬 쉽다"며 "가장 쉽고 빠른 주택공급 정책이 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 공약서를 통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기 신도시와 모든 노후지역의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사업과 주거환경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공약의 공통점과 함께 김 당선인이 협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도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김 당선인은 당선 후 "(더불어민주당은)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여러 정책과 방향에 대한 협치나 토론이 많이 부족하다"며 "국민의힘 당선인들이나 도의회나 시군 자치단체장들과 협치하는 모습을 경기도부터 선도적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변수는 추진 방식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여당과 야당은 각각 민간,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민간·공공 방식과 관련해 김 당선인은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공공과 민간의 좋은 점이 다 있는데 공공은 빠른 속도가 장점이고, 민간은 주민의 재산권에 도움이 된다. 특별법 통과를 통해 과정과 절차에서 주민 의사를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원론적 입장만 밝힌 셈이다.
임병철 부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