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예금보험료율 적정수준·요율한도 관련 검토 경과 보고서'에서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예금보호한도를 조정할 때 고려 사항으로 대출금리 등을 통한 금융소비자 부담 전가 가능성을 적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8월 국회가 예보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예금보호한도, 목표기금 등과 연계한 적정 예보료율 검토 경과를 6개월마다 보고하도록 금융위와 예보에 주문해 작성됐다.
우리나라의 현행 예금보호한도는 20년 넘게 5000만원으로 묶여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호한도 비율은 2001년 3.4배에서 2020년 말 1.3배로 감소해 실질보호 수준이 확연히 낮아진 상태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과거와 비교해 가입하는 금융투자 상품도 다변화되며 예보가 보호해야 할 자산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예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와 비금융기업 금융자산 중 예보의 보호 대상 예금(부보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6월 기준 32%로, 20년 전(53%)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문제는 예금보호한도와 대상 범위 확대가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예금보호한도가 조정되면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예보기금 부담도 늘어난다. 예보기금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개별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예보료도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가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예보기금 목표 규모 증가에 따른 예보료율 인상 가능성과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제도 개선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예보료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경우 가산금리에 법적 비용이 포함된다. 이 법적 비용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가 예보료이기 때문에 예보료 인상이 대출금리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보료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은 형평성 논란도 야기할 수 있다. 통상 5000만원이 넘는 예금은 여윳돈이 있는 부유층이 주를 이루는 반면, 대출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계층이 이용한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이 대출금리 인상을 불러오면 부유층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서민들의 대출금리를 인상시킨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5000만원이 넘는 예금의 원금 보장을 위해 서민의 대출 이자를 인상하는 것이 정의로운지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보료율과 관련해 업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점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예금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목표기금 수준이 마련됐다면 업권별 예보료율 산정이 필요하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매년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가장 민감한 사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두 차례 진행된 예보 제도 개편 간담회에서는 업권 간 이견이 여실히 드러났다. 은행권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이에 따른 보험료 부과가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현재 은행업권이 내는 예보기금의 절반 가까이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사용된 부채를 상환하고자 저축은행 특별계정에 적립되는데, 2026년 계정이 종료된 이후엔 은행 고유 계정에 적립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보험업권에서는 보험 상품이 원금을 보장하는 일반 예금 상품과 다른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따른 차등적 예보료 산정의 필요성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