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ETF 중 압축 포트폴리오 상품은 보통 10개 종목만으로 운용된다. 한국거래소에 ETF를 상장하려면 기초지수 구성 종목이 최소 10개는 넘어야 한다. 압축 포트폴리오 ETF는 최소 기준을 충족한 기초지수를 만들어 추종한다. 상승장에서는 집중 투자로 시장 대표 지수보다 수익이 늘어날 수 있지만, 약세장에서는 반대로 손실이 확대되기 때문에 올해 시장에서는 부진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7일까지 압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ETF들의 수익률은 코스피, 코스피200, 코스닥, 나스닥 등 시장 대표 지수에 비해 부진한 모습이다.
예를 들어 'TIGER Fn반도체톱10'은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10곳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5%씩 담아 5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5조6000억원어치의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되며 '6만전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ETF 수익률도 연초 이후 지난 27일까지 -19.23%로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기간 시장 대표 지수 수익률을 보면 코스피 -11.40%, 코스피200 -11.71%, 코스닥 -15.48% 등이다.
국내 증시 시총 상위 10개 종목을 편입하는 'KODEX Fn 톱10 동일가중'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13.13%로 대형주 200개로 구성되는 코스피200에 비해 수익률이 부진하다. 올해 시장이 전반적으로 중소형주 중에서도 특별한 이슈가 있는 개별 종목 위주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국내 주식 시장은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시총 상위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코스피200 구성 종목 중 10개 종목만 편입하는 HANARO 200톱10, SOL 200톱10도 연초 이후 각각 -15.41%, -14.30% 수익률을 올리며 부진에 빠졌다. 마찬가지로 대형주 주가 약세로 코스피보다 4~5%포인트 더 손실이 발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27일까지 코스피 대형주 수익률은 -10.86%이지만 중형주와 소형주 수익률은 각각 -6.36%, -0.79%에 그쳤다. 중소형주 중에서도 재무 상태가 좋은 100개 종목을 편입하는 'KOSEF Fn중소형 ETF'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5.15%로 대형주 위주로 집중 투자하는 상품보다 월등히 앞선 모습이다.
지난해 4월 상장한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한 'TIGER 미국테크톱10 INDXX'도 마찬가지다. 이 상품은 나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며 기술주·성장주 투자에 관심이 많은 국내 서학개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올해 초 이후 27일까지 -24.60% 수익률을 기록하며 나스닥(-22.45%)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압축 포트폴리오, 테마형 등 최근 유행하는 ETF들은 분산 투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수 종목과 한 가지 테마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상승장에서는 시장 대표 지수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