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제약바이오株…자사주 사들여 주가폭락 막는다

최근 국내 증시 하락으로 주가에 타격이 컸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에 나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 신고 건수는 총 35건으로 집계됐다. LG는 지난 27일 장 마감 후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2024년 말까지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셀트리온은 올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총 2512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밝혔다.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해 8월 고점(29만4935원) 대비 반 토막 난 15만6000원에 머물고 있는데, 주가 방어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자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펼치고 있다. 휴마시스는 지난 26일 2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으로 주가를 안정시키고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암 조기 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와 의료용 바이오 신소재 기업 원바이오젠도 각각 50억원,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이달 공시한 바 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지난 13일 570억원 규모의 자사주 25만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아이티엠반도체(100억원), 프로텍(123억) 등도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한편 자사주 매입 주체에 임직원도 포함돼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별 기업의 악재에 따라 주가가 폭락하자 대표가 직접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 23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박소연 대표이사 회장과 김진우 부회장이 약 20억원어치 자사주 13만8206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개발 중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HD201'의 유럽 품목허가가 불발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예스티는 지난 3일 장동복 대표이사와 강임수 대표이사, 특별관계인 등이 총 23만9710주를 장내 매수했다.

다만 취득했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일정 기간 이후 시장에 다시 처분한다면 '반쪽짜리 주주 환원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드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소각까지 이어져야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엘앤에프는 장 마감 후 공시에서 100만주(2766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각 결정을 밝힌 뒤 연일 하락세를 걷고 있다. 엘앤에프 주가는 24~27일 나흘간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에 주가가 11% 떨어지며 증발한 시가총액만 1조1784억원에 달한다. 지난 19일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과의 공급 계약 체결도 더 이상 호재가 되지 못하는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