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이 이마트24와 함께 충북 청주시 분평동에 금융 전문 편의점 1호점을 열었다고 23일 밝혔다. 문일호 매일경제 기자가 `화상상담` 창구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 제공 = KB금융]
23일 오후 2시 30분. 충북 청주시 분평동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커피 한 캔과 과자 한 봉지를 산 뒤 바로 연결돼 있는 KB디지털뱅크 분평동점 내 '화상상담'이라고 쓰인 비대면 창구로 들어섰다. 신분증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예·적금은 물론 대출 상담 준비도 끝. 개인정보 사항 활용 등을 동의한 후 디지털 화면에 뜬 화상상담 시작 버튼을 누르니 3초 만에 화상 직원과 연결됐다. 직원이 보내준 인터넷 주소로 신분증 사진을 전송한 이후 본격적인 대출 상담이 이뤄졌다. 이날 여의도 본점 화상 직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고객일 경우 30분 만에 대출금 입금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일반 창구에서도 5분 이상 대기하고 대출 진행에 20분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비대면 창구와 대면 창구 간 격차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화상 직원은 오후 5시까지 고객의 비대면 호출을 기다린다. 게다가 창구 바로 옆에는 편의점 이마트24의 각종 물품을 구입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곳은 20평에 달하는 편의점과 10여 평짜리 KB디지털뱅크가 연결된 매장으로,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들고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다.
KB디지털뱅크 분평동점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스마트텔러머신(STM), 영상상담 등 총 3개 창구로 구성돼 있다. ATM에서는 단순 입출금과 송금 처리를, STM에서는 입출금, 통장 정리, 공과금 납부 등 기본 업무와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을 할 수 있는데, 특히 이날 이들 업무가 많이 이뤄졌다. 금융 거래 업무를 보면서 식료품을 사는 금융과 유통 간 결합은 인근 주민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1월 기존에 있던 오프라인 점포 분평동 지점이 사라진 이후 이날 디지털뱅크가 생긴 지 4개월 만에 주변 거리에 활력이 돌아 인근 상점과 아파트 주민도 미소를 찾은 모습이었다. 3개 창구 외에 휴게 공간에서는 배터리 충전 등을 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어 '동네 쉼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을 우연히 찾았다는 한 주민은 "그동안 통장 정리 같은 단순 금융 업무를 보려면 차로 10분 거리의 점포(용암점)를 가야 해서 불편했는데 이젠 너무 편하다"며 웃었다.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비대면 채널을 속속 만들고 있지만, 다른 곳과 달리 이곳에는 상주하는 '스마트 매니저'가 있다. 인근 오프라인 점포 용암점에서 파견된 스마트 매니저는 화상상담 시 각종 기기를 조작할 때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령자 등 금융 소외계층을 도우며 이들의 '말동무'도 하고 있었다. 박연기 국민은행 채널지원부장은 "오전에만 고령자를 중심으로 100여 명이나 방문했다"며 "원래 이곳에 있던 오프라인 지점이 1월 폐점하면서 공백이 있었는데, 이들의 불편함이 해소되고 오후 4~6시 사이 업무 공백이 사라진 것도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통상 비대면 채널(점포)은 은행으로선 직원 수를 줄일 수 있지만 고객과의 접점이 사라지면서 금융사 위주의 '혁신'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국민은행 비대면 점포는 가장 고도화된 비대면 기기
들을 배치하고, 실제 상담 직원이 상주하면서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대면 점포로는 '9 TO 6' 점포(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여는 은행 점포)를, 비대면 점포로는 이 같은 디지털뱅크를 늘리겠다는 각오다.
[청주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