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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년간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고액 자산가와 기업들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온 김윤희 케이알그룹 대표(매경부동산사업단 강남센터장)는 향후 금리인상기 시대 오피스 빌딩 시장을 '양극화'로 진단했다.
13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김 대표는 서울 오피스 빌딩의 지속적인 거래량 하락세에도 매매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 빌딩의 거래량은 전년동기대비 37% 하락했으나, 매출 총액은 13% 감소하는 데 그쳤다. 거래량이 감소한 것에 비하면 빌딩 매매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중소형 빌딩 투자 전문가인 김 대표는"지금부터는 금리상승을 계기로 임계점에 다다른 매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상업용 빌딩에도 지금부터는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피스시장에서도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에 이를 버티지 못하는 임차인과 우량한 임차인들이 뚜렷이 구분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특히 높아진 물가와 부동산 세금을 상쇄할 정도의 임대료상승이 가능한 지역은 거래량이 감소할 가능성은 있으나, 매매가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강남권 일대, 특히 테헤란로에 있는 오피스의 경우 금리인상기에도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대료가 오르면 공실률도 덩달아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테헤란로의 경우 임대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공실률이 오히려 낮아졌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오히려 선호지역이 돼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임대료가 오른 와중에 공실률은 오히려 낮아진 곳은 강남 테헤란로 일대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김 대표는 우수한 인력을 경쟁적으로 수급해야 하는 기업들이 강남 일대를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대형 기업들은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해도 인력수급의 문제가 없으나,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은 직원들 출퇴근 문제가 항상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그래서 판교 테크노밸리로 갔다가 다시 테헤란로로 돌아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자산가들 사이에는 이미 '똘똘한 한 빌딩 현상'이 시작됐다는 게 김대표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강남에서는 우량한 임차인을 선별하기 위해 건물주들이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임차하려는 기업이 얼마나 우량한 기업인지, 업력은 오래됐는지 등을 묻는 면접으로 임차인들을 고르는 건물주들이 꽤 있다"며 "사업 전망을 파악하기 힘든 신설법인은 안 받겠다는 건물주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이라고 해서 무작정 투자를 포기해선 안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일반 투자자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의 빌딩 매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실거주를 해야 하는 아파트와 달리 빌딩 매매는 좀 다르다"며 "강남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난 3년간 관할관청에서도 어느정도 허용 기준을 세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핵심지역의 빌딩에 투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강남 핵심지역을 제외하면 금리인상기를 맞아 지역별로 임계점에 다다른 매물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가격이 내렸다고 무작정 매입하는 대신 투자용, 사옥용 등 각 투자자 성격에 맞는 선별적 투자와 매물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현명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