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올리면서 1분기 이자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은행 예금금리와 같은 개념인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리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비판받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1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369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3416억원)보다 8% 늘어났다. 12월 결산법인 52개 증권사의 올 1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4292억원인데, 이 중 10대 증권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86%에 달한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이 늘어난 것은 '빚투' 수요가 여전한 데다,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올렸기 때문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의 주식을 담보로 잡고 주식 매수자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대출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등 3곳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상했다. 유안타증권은 이날부터 이자율을 구간별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존엔 마이론 골드 등급 고객이 90일 넘게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하면 9.45%의 이자율이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9.70%가 부과된다.
대신증권도 지난 10일 매수 체결분부터 이자율을 0.5%포인트 인상했다. 8~14일 이용하는 경우 1그룹 크래식 고객의 경우 기존 금리 연 6.0%에서 6.5%, 90일 이상 사용할 경우 연 8.0%에서 최대 9.0%가 적용된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 2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0.03%포인트 높였다. 90일 초과 사용 시 최대 연 8.8%의 연리가 부과된다.
다음달에는 DB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가 이자율을 인상할 예정이다. DB금융투자는 다음달 1일부터 이자율을 0.2%포인트 인상한다. 90일 이상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하면 최대 연 9.71% 이율이 적용된다. 신한금융투자도 2일부터 이자율을 기준 4.5%에서 4.7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 대상은 대출 기한을 60일 이내로 할 경우에 해당된다. 기간이 15일일 경우 7.25%, 30일일 경우 7.65%, 60일일 경우 8.70%로 인상된다. 이 외에도 지난 3월에는 KB증권, 하이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이용료율을 인상했다.
증권사들은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상이 필요하다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용거래융자의 경우 손실 리스크가 있고, 관리 비용이 발생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를 할 때 주식을 담보로 받고, 담보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반대매매를 통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실제 리스크 관리 비용은 크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리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예탁금 이용료는 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증권 계좌에 보관하고 있는 예탁금에 대해 증권사들이 지급하는 이자다.
증권사들은 지난 2020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0%로 내렸을 때는 일제히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하했다. 하지만 올해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기존 하향 조정된 이용료율을 유지해 왔다. 특히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매월 검토해 반영하면서 예탁금 이용료율은 결산 후 1년에 한 번만 정기적으로 조정하
다만 일부 증권사들은 금리 인상 추세를 반영해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리고 있다. 토스증권은 지난 16일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 연 0.2%에서 1%로 파격 인상했다. 지난 1분기에는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SK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이용료율을 올렸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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