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정책 기조가 새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확대를 예상한 증권업계가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전사적 차원에서 대응 전략 마련에 힘쓰는 모습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탄소배출권 거래를 포함한 탄소금융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이달 초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탄소감축 의무가 있는 규제 대상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파는 규제 시장(장내 시장) 이외에 감축 대상에 속하지 않은 기관과 기업·비영리조직(NGO) 등이 자율적으로 탄소감축 활동을 하는 자발적 시장(장외 시장)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은 범농협 그룹 차원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탄소금융 사업을 추진할 태세다.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장외 탄소배출권(크레디트)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부터 관련 컨설팅, 수탁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관련 금융상품도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는 등 탄소금융 관련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그동안 장내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자(LP) 역할만 하던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최근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와 장외거래 중개를 부수 업무로 보고한 상태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도 이미 국내 시장에서 국내외 기업 간 에너지·원자재 관련 탄소배출권 중개업무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IBK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말 탄소배출권 거래와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탄소금융부'를 신설한 바 있다.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적 시장 위주로 발전해왔으나 최근 들어 장내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자발적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돼왔다. 우리금융연구소와 TSVCM 자료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 시장은 2020년 기준 전체 탄소 시장의 1% 수준인 3억60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제반 인프라스트럭처가 확충되고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급증하면서 2030년까지 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마침 정부와 한국거래소도 탄소배출권 거래 정착을 위한 선물시장 개설 준비에 나서면서 시장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거래소와 환경부는
박건후 NH투자증권 탄소금융TF 팀장(이사)은 "배출권 선물시장이 개설되면 가격 변동성이 완화되고 시장 참여자들의 리스크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강두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