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나·테라 폭락 후폭풍 ◆
↑ 1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빗썸의 고객지원센터 태블릿에 `루나`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루나는 일주일 만에 가격이 99.99% 폭락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가상화폐 `루나`를 오는 20일, 27일 각각 상장폐지한다고 밝혔다. [한주형 기자] |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석학인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와 비스와나트 나트라지 영국 워릭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공동으로 올해 2월 '아시안 이코노믹 페이퍼'에 발표한 '스테이블코인과 법정 디지털 화폐(CBDC): 정책과 규제의 시사점'이란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그들은 이 보고서에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파산(Default) 리스크를 분석했다. 연구진이 2020년 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테더의 선물과 현물 가격 등을 회귀분석한 결과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테더의 파산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100bp(1bp는 0.01%포인트) 증가할 때 테더의 파산 가능성은 4.3b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가상화폐거래소 비트멕스의 비트코인 변동성 인덱스가 지난 8일 약 3.3에서 10일 약 10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했을 때 테더가 1달러 아래로 하락하는 디페깅 현상이 발생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줄인다는 명목 아래 발명한 스테이블코인이 실상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테더와 같은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가상자산을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과, 무담보 스테이블코인에도 적용된다. 가상자산 담보 스테이블코인과, 무담보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예컨대 이더리움에 대해 담보 비율 최대 150%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는 이더리움 가격이 발행된 다이의 액면가보다 일정 수준으로 낮아지면 자동으로 청산된다. 다이를 발행하기 위해 맡긴 담보물이 사라지는 셈이다. 무담보 스테이블코인은 더욱 심각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루나다. 루나는 이달 7일 새로운 서비스 구축을 위해 일시적으로 테더의 유동성을 줄였는데 그사이 누군가 테라를 시장에 대량 매도하며 이번 위기가 촉발됐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이 같은 스테이블코인의 불안정성을 알아챈 각국 정부는 일찍이 규제 강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규제 강화 방안으로는 '뱅크런(고객들이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 상황에 대비해 고객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운영 업체의 '지급준비율'을 높이고,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고정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테라와 최근 공격받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더는 모두 이 두 가지 지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테라는 가격 안정성을 지키지 못하면서 뱅크런이 일어나 무너졌다.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데, 가격 유지가 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루나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졌고 가격 급락세가 이어졌다.
각국 중앙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대신한 중앙은행의 CBDC 연구를 가속화하는 배경이
[김유신 기자 / 최근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