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4조원 규모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 IPO)를 진행하고 있는 SK온은 이르면 이달 중에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예비 입찰에서는 글로벌 PEF 운용사인 칼라일과 KKR, 블랙록,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이름을 올렸다.
본입찰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회사의 적정 가치 산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월에 이뤄진 예비 입찰 당시와 비교하면 4개월 새 대내외적 변동성이 확대돼 영업 환경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기대되는 실적 전망을 분석해 적정 가치를 평가해야 하지만, 올 들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2차전지 업체들 실적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SK온 측에서도 보안을 이유로 내부 실적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실상을 파악하는 게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SK온은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SK온은 27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 분기 수준의 손실 규모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SK온 측은 올해 4분기에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선다는 계획이었지만, 올 들어 목표치를 미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온은 4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고수하며 투자자들과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 경기 둔화 등으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PEF와 같은 외부 투자금에 의존해야 해 섣불리 몸값을 낮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미국·헝가리 공장 초기 가동 비용을 충당해야 하고, 대규모 증설을 앞두고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한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된 차량 열 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의 매각 역시 1년째 표류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감산 여파로 지난해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매도자인 한앤컴퍼니와 글로벌 원매자들 간 눈높이가 달라 매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대주주들이 원하는 미래 가치가 반영된 가격을 받기 어려워져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레이더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이달까지 종결된 누적 M&A 건수는 59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IB업계 관계자는 "매도자 측과 투자자가 조건을 맞추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눈높이가 달라 접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며 "거래가 막판에 불발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도 녹록지 않다. 환율까지 크게 흔들리면서 해외 투자 대상을 물색하던 국내 대기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여러 사업 분야에서 M&A를 검토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M&A통으로 통하는 안중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글로벌 IB 출신 전문가를 연이어 영입하는 등 글로벌 M&A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SK와 LG 등 주요 그
하지만 원화값 약세가 기업들 해외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1280원을 밑돌았다. 아웃바운드(국경 간) 거래가 달러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달러가 강세를 보일수록 우리 기업이 지출해야 하는 금융 비용은 커진다.
[조윤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