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최근 한 달 사이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 장기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스 숏 20+ 미국채'(TBF) 시세가 7.7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뉴욕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트러스트' ETF(SPY)가 같은 기간 6.50%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TBF 시세가 오른 것은 물가가 급등하며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수익률이 오른 것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 채권 투자 ETF를 보면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경우 손실 '방어'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만기가 길수록 손실률이 커진다. 뉴욕 증시가 낙폭을 키운 최근 한 달간 '아이셰어스 단기 미국채' ETF(SHV)는 시세 변동이 없었다. 반면 '아이셰어스 7-10년 만기 미국채' ETF(IEF)와 '아이셰어스 20+ 미국채' ETF(TLT)는 같은 기간 시세가 각각 2.47%, 7.69% 떨어졌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경우 현재 시점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연준의 긴축 정책에 대한 신뢰성 문제, 다른 하나는 미국 장기 국채가 안전자산이라는 특징이다.
우선 시장에서는 연준이 물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보다 더 긴축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연준 의도대로 물가 상승세가 잡힌다면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르고 수익률은 이전보다 떨어진다. 연준 통화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국채는 2년 만기 국채다.
지난 4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판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올린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두 차례 추가로 각각 50b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더불어 오는 6월부터 양적 긴축(QT)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베이징 봉쇄 가능성을 비롯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물가가 잡히지 않고 더 뛰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률은 더 오르게 된다.
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도 우려한다. 연준의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물가 급등세가 꺾이지 않으면 침체 그림자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다만 미국뿐 아니라 중국 등 전 세계 경제가 침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안전자산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 사정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월가의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채권에 투자한다면 장기 국채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건들락 CEO는 지난달 말 CNBC 인터뷰에서 "올해는 채권시장이 가장 심각하게 왜곡된 해"라면서 "채권은 장기 국채에 투자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여러 조언이 오가고 있지만 뉴욕 증시가 혼란스럽다는 점에서 매매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일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지난해엔 미국 채권 펀드에 5920억달러가 유입된 반면 올해 들어서는 104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