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일대 아파트 단지들. [한주형 기자] |
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한시 배제 방침을 밝힌 이후 최근 한 달 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인천(이하 7일 기준)은 한달 전 2만2623건에서 현재 2만4774건으로 9.5% 늘었고 경기도와 서울도 각각 8.6%(10만864건→11만627건), 8.5%(5만2362건→5만6815건) 증가했다.
업계는 매물이 급증하는 분위기로 볼 순 없지만, 그동안 세금이 부담스러워 팔지 못했던 다주택자나 갈아타기 이전 수요들이 물건을 내놓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기·인천의 매물 증가폭이 큰 이유는 최근 갭투자(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 수요가 많이 몰렸고, 서울보다 양도차익이 적은 지역을 먼저 정리하려는 의도로 봤다.
시장에 매물이 늘면서 대선 직전의 극심한 거래 가뭄은 다소 해소된 모양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현재 기준 985건으로, 4월 거래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기한이 이달 31일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3월(1431건) 거래량을 소폭 웃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세에도 작년 3월(3762건)과 4월(3655건) 거래량에 비하면 여전히 함찬 못미치는 수준이다. 현지 중개업소들 반응 역시 매물은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관망하면서 활발한 거래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매도자들 새 정부의 보유세 완화 등 규제완화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집값을 높여 내놓고 있어 매도자·매수자간 생각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후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법안이 실제로 통과되면 매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매수세가 따라붙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지난 4일(현지시각)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린 데다 연내 두 세 차례 더 상향을 예고하면서 우리나라도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로 강남권 요지보다는 비강남권의 아파트부터 먼저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비해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도권 외곽지역부터 집값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권에서는 부담부 증여로 돌리려는 다주택자도 적지 않다. 규제완화 기대감에 따라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증여 비율은 전체 거래의 13.4%를 차지하며 지난해 7월(16.4%)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매와 달리 최근 전세 물건은 감소하는 추세다. 아실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 수는 7일 현재 4만1479건으로, 열흘 전(4만1695건)보다 0.6%, 한달 전(4만3001건)에 비해서는 3.6% 각각 줄었다.
특히 비강남권의 전월세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했다. 4∼5월이 전세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대선 이후 대출 규제 완화 등으로 신규 급전세가 소진되면서 전월세 물건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기간에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 중 일부는 계약 만기가 된 전세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 새 정부의 '임대차 3법' 손질 방침에 따라 제도 개선 이후 임대계약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반기 이후 전월세 가격이 다시 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2년째를 맞는 오는 7월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월 24일(0.00%) 이후 13주간 약세가 이어졌으나 지난주에는 하락을 멈추고 보합 전환됐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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