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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은행) 입장에선 올해 들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감소하자 이 같은 '궁여지책'을 내놓은 것인데 수요자(대출자) 입장에선 이런 대출을 덜컥 받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최근 대출 금리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소득 등 현금흐름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같은 규제를 잘 따져 '스마트 대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일경제가 현 금리 수준과 DSR 규제, 대출 만기 기간을 고려해 대출자의 대출 가능 금액과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따져봤다.
만기가 긴 상품으로 일단 대출을 받아놓고 자금 사정에 따라 빨리 갚는 것이 금리 인상기에 최적의 전략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긴 대출 상품이 추가 대출이 필요한 사람에게 유리한 것은 DSR 규제 때문이다.
연 소득 대비 전체 금융대출의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 비율을 의미하는 DSR 규제는 은행권 40%(제2금융권 50%)가 적용된다. 만기가 길어진다는 것은 매월 부담하는 월평균 원리금 상환 금액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대출자 입장에선 '만기 늘리기→원리금 상환액 감소→대출 가능 금액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 주택담보대출 3억원(금리 연 4%·30년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고 연 소득이 5000만원인 회사원 김 모씨가 있다고 가정하자. 신용대출 금리는 연 4.5%이고 최대 대출 한도는 연 소득 이내이며 DSR는 40%가 적용되고 있다.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는 김씨와 같은 금융 소비자들은 DSR 40% 규제가 적용되면서 추가 대출 여력이 떨어졌다.
실제 김씨가 신용대출 만기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하면 이 대출 가능 금액은 1160만원에 그친다. 이를 7년으로 늘리면 1510만원, 이번에 새롭게 나오는 10년짜리로 설정하면 신용대출 가능 금액이 1950만원까지 늘어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는 DSR 규제에 최근 금리까지 오르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있다"며 "다시 대출을 늘리고 싶은 은행들이 초장기 대출을 내놨는데 월 상환 부담을 낮춰 추가 대출을 받고 싶은 사람들 입맛에 맞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신용대출 상품은 일반적으로 1년짜리 일시 상환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이자만 내다가 1년 후 다시 계약을 연장하는 대출자가 많아 원금까지 갚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로 금리를 올렸고,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금리가 뛰어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최근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김씨처럼 신용대출에서도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29일부터 10년 만기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이전까지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만기가 가장 긴 상품은 5년짜리였다. 은행들이 급감한 신용대출을 메꾸기 위해 10년짜리 초장기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 상품은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 대출이 필요한 사람은 받는 게 유리하지만, 이자 부담만 따졌을 때는 만기가 길수록 대출자에게 불리한 구조다.
만기가 5년에서 10년으로 2배 길어졌으니 이자 부담도 딱 2배만 늘어나야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는 2배 이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다른 대출이 없고 오로지 신용대출만 있는 직장인 이 모씨가 연 4.5%의 금리로 5년 만기 5000만원(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을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월평균 이자액은 9만8818원이다. 원리금 상환까지 포함한 월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93만2151원이다. 이를 통해 5년간 내야 하는 이자는 592만9058원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7년으로 길어지면 월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79만4778원으로, 5년 상품(93만2151원)보다 감소했다. 이를 10년으로 늘리면 51만8192원으로 줄어들어 단기적인 부담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간별 총 납입 이자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각각 5년 592만9058원, 7년 838만677원, 10년 1218만3045원이다.
게다가 여기엔 만기 5년 이후 나타나는 금리 변수가 빠져 있다. 금융채 5년물 기준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정해지는데, 5년 이후 금리가 더 오르면 더 높은 금리에 5년간 노출돼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