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 서울의 모습. [강영국 기자] |
4일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민간아파트 초기분양률은 87.7%로 집계됐다. 초기분양률은 지난해 2분기(98.3%)부터 3분기(97.9%)와 4분기(93.8%)에 이르기까지 1년 내내 하락세를 기록했다. 동시에 10개 분기 만에 80%대로 내려왔다
초기분양률은 분양을 시작한 지 3개월 초과 6개월 미만 아파트의 분양 가구 수 대비 계약 체결 가구 수 비율을 의미한다. HUG의 주택분양보증을 받은 30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전수 조사해 지역별 평균을 낸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제외된다. 즉, 올해 1분기에는 청약 경쟁률과 상관없이 아파트 100가구를 분양했는데 12가구 이상이 초기 계약을 맺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초기분양률은 100.0%를 달성했다. 반면 대전·대구·울산·부산·광주 등 지방광역시는 76.3%에 그쳤다. 직전 분기(92.3%)와 비교해 낙폭이 컸다. 초기분양률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15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대구의 초기분양률(52.1%)이 직전 분기(82.7%) 대비 급락하면서 수치를 끌어내렸다. 대구의 경우 올해 분양에 나선 모든 단지가 미달을 경험했다. 브랜드 경쟁력이 막강한 GS건설의 '대구역자이더스타'도 지난 5일 1순위 청약에서 주택형 6개 중 3개가 주인을 찾지 못하는 등 내로라하는 건설사들도 고전하고 있다.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등의 초기분양률도 81.6%에 그쳤다. 지난 2020년 4분기(90.8%) 이후 5개 분기 만에 80%대로 내려왔다. 제주의 초기분양률이 100.0%를 터치하고, 전남의 초기분양률(76.7%)이 직전 분기(55.8%)보다 상승했지만, 나머지 권역에서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강원(100.0%→96.2%), 충남(99.7%→90.5%), 전북(100.0%→77.5%), 경북(86.3%→70.8%), 경남(98.7%→81.5%) 등 줄줄이 약세였다. 충북에서는 분양이 없었다.
이처럼 서울 분양시장은 여전히 뜨거운데 지방에서는 초기분양에 실패한 매물이 쌓이는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강도 높은 규제의 영향을 받아 시장 흐름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윤석열 정부의 말 바꾸기 행보가 겹쳐 다주택을 보유하는 것보다 똘똘한 한 채를 가지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말 예정됐던 분양 시기가 미뤄지고 공공·민간분양 사전청약까지 맞물리면서 분양 물량이 증가했지만,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는 8만2283가구가 공급됐다. 지난해 1분기(5만845가구) 대비 61.8% 늘었다. 그러나 일반분양 청약자는 줄었다. 같은 기간 55만8572명에서 41만1223명으로 감소율이 26.4%에 달했다.
지방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물량까지 확대되면서 지방 미분양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규제를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투자에서 실거주로 바뀌면서 청약통장을 신중하게 사용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유구한 수도권 선호 열풍이 쉽게 식지 않으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 차이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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