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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채무조정을 위한 유력 방안으로 부상하던 '배드뱅크' 논의가 갑자기 사그라든 것은 '정부 조직 슬림화'라는 윤석열정부의 기조와 함께 배드뱅크가 금융 업권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수위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으로 소상공인의 부실 채무 조정, 비은행권 대출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 소상공인 전용 맞춤형 특례자금 지원 추진 등을 제시했다. 앞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지난 3월 분과별 업무보고에서 배드뱅크 설립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지만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배드뱅크는 금융사가 보유한 채권 중 부실 징후를 보이는 채권을 매입해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기구다. 배드뱅크 논의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국내 금융시장 3대 리스크' 토론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인수위 상임기획위원인 윤 의원은 최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조직 신설을 (로드맵에) 못 박는 것은 새로 출범하는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인수위에서는 채무조정이란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후 필요하다면 입법부에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 조직 슬림화를 내세워 대통령실도 축소한 가운데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정부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배드뱅크 설립이 1금융권(은행권)과 2금융권(저축은행·캐피털·카드사) 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동력이 떨어진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 예산이 충분치 않은 가운데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재원은 금융사의 출자를 통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출자액은 금융회사별 자산 규모에 비례해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배드뱅크가 부실채권을 인수하며 적용하는 할인율에 따라 업권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드뱅크가 할인율을 높여 값싸게 부실채권을 인수할 경우 장기적으로 회수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려 출자 지분이 높은 1금융권 수익이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할인율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2금융권이 비싸게 부실채권을 매각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해 1금융권의 불만이 높아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부실채권을 인수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에 따라 1금융권과 2금융권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상당액 쌓은 것도 배드뱅크 설립이 보류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합한 잔액은 37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35조8000억원) 대비 1조8000억원 늘었다. 금감원은 3월 은행 재무담당 부행장(CFO)들과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선제적 대비를 위해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이미 충분히 손실 흡수를 위한 건전성 관리에 노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