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건물주인 A씨는 2020. 8.1. 임차인 B씨와 임대기간 3년으로 임대차계약을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이 10년인 점 때문에 혹시 B씨가 나중에 계약기간 연장을 요구할 것을 우려해 B씨와 법원에서 제소전화해를 받았다. 제소전 화해조서의 화해조항을 살펴보면, “B씨는 2023. 7.31.까지 별지 도면 표시 a, b, c, d, e, f, a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가 부분 사무실 58㎡를 인도하라”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 경우 B씨는 2023. 6.1.경 계약기제소전화해 조항이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이어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이며 자신은 여전히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계약기간을 연장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나?
1. 제소전화해의 의미
제소전화해라 함은 일반민사분쟁이 소송으로 발전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소제기 전에 지방법원 단독판사 앞에서 화해신청을 하여 해결하는 절차를 말한다(민사소송법 제385조). 이 점이 소송계속 중에 소송을 종료시키기 위한 화해인 ‘소송상화해’와 차이점이다. 제소전화해는 실무상 임대차 관계가 종료할 경우 건물인도소송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점을 피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제소전화해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기판력은 물론 집행력도 있다.
2. 제소전화해와 강행법규위반
제소전화해의 화해조항의 내용이 비록 강행법규에 위배되는 경우라고 하여도 무효라고 주장하지 못한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19033 판결 ; 대법원 2002. 12. 6 선고 2002다44014 판결 등 ). 따라서 재심사유에 해당되는 특별한 하자가 발견될 경우에만 준재심의 소에 의해 구제받을 수 있을 뿐인데 강행법규 위반은 재심사유에 해당되지도 않는다(민소 제451조).
하지만 만약 제소전화해의 내용이 공서양속에 심히 반할 정도로 일방에 불리한 경우는 법원에서 청구취지의 정정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는 부적법 각하될 수 있다. 그러한 예로는 ① 1회 차임연체만으로 임차건물을 인도하기로 하는 기한의 이익 상실조항(민법 제652조, 제640조 참조), ② 청구원인 상 담보목적의 가등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산절차에 관한 내용 없이 바로 본등기를 구하는 조항(가담법 제4조 1항, 2항 참조) 등의 경우이다(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편 참조). ③ 그 외에도 실무상 주택임대차의 경우 최소 임차기간이 2년임에도 임대차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 경우 등이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가 되므로 무효로 보기 때문이다(민법 제103조).
제소전화해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확정판결과 같은 집행력을 지니므로 그 내용도 역시 판결문의 주문과 같이 명확하게 작성해야만 한다. 그래야 바로 집행문을 부여받아 신속히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임대차관계의 종료 시 임차인이 인도를 해주는 내용의 제소전화해를 할 경우 판결문의 주문과 같이 종료날짜를 특정하여(위 사례의 경우 “2023. 7.31.까지”) 명확하게 기재해야만 한다. 만약 위 화해조항의 내용이 “임대차기간이 만료한 때 인도하라” 라는 식의 추상적 내용으로 기재할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생겨 나중에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3.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의 경우
그런데 법원에서는 실무상 상가건물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는 10년이라는 계약기간을 사실상 침해하는 화해조항은 문제 삼지 않는다. 즉 위 사례에 나온 화해조항인 “2023. 7.31.까지 임차한 건물부분을 인도한다”는 내용은 비록 그것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실상 침해하는 불리한 내용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상 강행규정(15조) 위반이라 하더라도 이미 화해조항에 들어간 이상 제소전화해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도 화해조항에 명시적으로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한다”라는 내용을 적나라하게 기재할 경우는 법원에서는 이를 수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원색적인 표현은 삼가고 그냥 만기날짜를 특정해서 인도날짜를 기재하는 편이 유리하다.
4. 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의 경우
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에 부속한 물건 혹은 임대인으로부터 매수한 부속물의 경우 임대차의 종료 시에 임대인에 대하여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46조). 이것을 ‘부속물매수청구권’이라고 하고 한다.
부속물매수청구권의 경우에도 “임차인은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포기한다”라고 명시적으로 기재하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실무상 “피신청인(임차인)은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부속물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한 경우에도 신청인의 인도청구나 인도집행에 대하여는 대항하지 않기로 한다”라고 기재하곤 한다. 결국 제소전화해조서에 기해 임대인이 강제집행 자체는 허락하나, 추후 임차인이 이로 인해 금전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렇듯 제소전화해의 화해조항을 작성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적인 면이 요구된다. 사실상 강행법규를 위반하는 조항을 기재하더라도 명시적으로 그러한 내용을 적나라하게 적으면 법원에서 이를 문제 삼기 때문이다.
5. 제소전화해와 승계집행
제소전화해조서에 집행문을 부여받아 실제로 집행을 완료하는데 통상 1∼2달 정도가 소요되므로 그 사이에 임차인이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제3자에게 점유를 이전해 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소전화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기판력도 인정된다. 그 결과 제소전화해가 성립된 뒤 점유를 승계한 제3자에게도 그 제소전화해의 효력이 여전히 미치게 된다. 통상적으로 임대인은 집행 전에 미리 임차인을 상대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받아 놓은 뒤 집행을 하는 편이 좋다. 다만 이러한 가처분이 나온 경우라고 해도 그 뒤에 점유를 이전받은 제3자에게 직접 퇴거를 강제할 수는 없고,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 그 제3자의 점유를 배제할 수 있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6. 사례해설
B씨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A씨는 2023. 8.1. 제소전화해조서에 집행문을 부여받아 강제집행을 하여 B씨를 퇴거시킬 수 있다.
[강민구 매경부동산사업단 칼럼니스트, 법률분과 자문위원장, 현)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기업 담당 변호사][ⓒ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