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2차 국민보고대회 ◆
경의중앙선 용산역에서 출발해 이촌역으로 향하면 지하철 창문을 통해 서울 한복판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판자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흔히 '서부 이촌동(이촌2동)'이라고 부르는 이 일대는 2000년대 중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따른 핵심 수혜 지역으로 꼽혔지만, 사업이 좌초되면서 도저히 '서울 한복판'이라고 보기 어려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순차적으로 아파트 재건축이 이뤄진 바로 옆 동부 이촌동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용산은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가운데 중구, 성동구에 이어 3번째로 낙후된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용산의 이 같은 낙후성이 서울 전체의 도심 경쟁력을 갉아먹는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산의 '더딘 개발 속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요인은 꼬일 대로 꼬인 교통망이다. 한강 남쪽 반포동, 동작동에서 이촌동으로 이어지는 동작대교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목 잘린 한강다리'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1978년 착공 당시 동작대교 북단에서 서울시청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만들려고 했지만 용산 미군기지 한복판을 관통해야 한다는 문제 때문에 북단에 연결도로를 만든다는 계획이 무산되며 이 같은 오명이 생겼다. 용산 일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철도 역시 교통 흐름을 왜곡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다.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전국 도시 쇠퇴 지역 현황(2014년 기준)에 따르면 용산구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3위였다. 1위와 2위는 각각 중구, 성동구로 나타났다.
용산구는 서울에서 철도가 지상으로 다니는 구간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철로 양옆으로 지역이 단절되면서 교통 흐름이 왜곡되는 동시에 노후화도 빨라진 셈이다. 중구와 성동구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지하철 삼각지역(4·6호선)에서 녹사평역(6호선)과 한남동으로 이어지는 이태원로 교통환경 역시 열악한 것은 마찬가지다. 용산 미군기지의 메인포스트, 사우스포스트를 동서로 가로지르기 때문에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도로임에도 폭이 왕복 4차선에 불과하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용산 일대는 미군기지 때문에 모든 교통축이 틀어지면서 서울 중심 입지에도 불구하고 고립된 섬과 같은 교통망이 형성됐다"며 "그동안
[특별취재팀 = 이진우 국차장 겸 지식부장 / 서찬동 부장(팀장) /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김대기 기자 / 정석환 기자 / 유준호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