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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매경DB] |
코로나19는 물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치솟는 건설 자잿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여부를 놓고 발주자와 시공자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민간 공사도 계약 대금 증액이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으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건설 시공·시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3㎡당 시공비 평균가는 4개월 전 보다 10∼15% 올랐다. 철근값은 지난해 t당 50만∼60만원 선에서 최근 100만원 이상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레미콘 단가은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약 13% 급등했으며, 레미콘의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도 15% 이상 뛰었다. 여기에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은 러시아산 공급이 막히면서 재고량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앞서 레미콘사들은 지난 2월부터 시멘트 가격과 골재 가격이 대폭 올랐다며 건설사에 레미콘 단가를 인상을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레미콘사들은 시멘트 가격이 15~17% 인상된 데다 골재 가격도 15% 이상 급등했다면서 건설사에 레미콘 단가를 15~20%가량 올려줄 것을 요구했었다.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C&E는 지난 15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1종 시멘트 가격을 기존 1t당 7만8800원에서 15.2% 인상한 9만8000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작년 7월 5.1% 인상에 이은 8개월만의 재인상이다. 유연탄 가격도 작년 대비 256% 급등했다.
레미콘사들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전국 곳곳의 공사현장은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에 건설사들은 레미콘사의 인상안을 수용하는 대신, 적용 시점을 지난 달에서 이달로 한 달 늦추기로 했다.
건설자재 원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면서 아파트 분양가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자재 가격은 전체 공사비의 30% 정도로 알려졌다. 자재비가 오르면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도 건설자재 원가 급등 상황을 반영해 분양가 산정의 바탕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 인상에 나섰다. 국토부는 지난달 1일자로 공동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해 9월 대비 2.64% 올렸지만, 이후에도 자잿값 상승이 지속되지 오는 6월 1일 건축비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금도 원자재값 상승은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오피스텔 평균 공사비(지하 4층∼지상 20층 기준)는 지난해 3.3㎡당 480만∼500만원에서 최근 600만∼650만원으로 올랐다. 몇 년 전만 해도 3.3㎡당 100만원이던 인테리어 비용도 최근 130만∼140만원으로 상승했다. 최근 서울의 한 오피스텔 전용 35㎡는 5억4920만∼6억2150만원에 분양했다. 이는 불과 두 달 전 인근에서 공급한 다른 오피스텔보다 약 5000만원 비싼 가격이다.
이로 인해 공사 현장 곳곳에서는 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주만 하더라도 자잿값 상승으로 전국적으로 50곳이 넘는 현장이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안다"며 "소규모 주택 건설 현장에서도 시공자의 공사비 인상 요구에 발주자가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소재 한 전문건설사 대표는 "30년 동안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요즘처럼 힘든적이 없었다"면서 "1년 만에 자잿값이 50%나 올라도 발주처는 보전할 수 없다고만 한다"고 토로했다.
공공 공사의 경우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해 착공 이후 물가상승분에 대한 공사비 인상을 발주처에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민간 공사는 사실상 계약 금액 조정이 어렵다. 민간 공사 계약의 경우 대부분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있어 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변동분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초 민간 공사의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불공정 계약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민간공사라도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현격히 늘어나면 시공사가 발주사에 계약 대금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토부 판단에 대해 건설사들은 웃을 수 만은 없는 모습이다. 당장 분양가를 올릴 수 없는 정부 입장 때문에 현안을 시행사와 시공사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현장별로 발주사에 공사비 증액 요구하는 대형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발주자와 시공자 간의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자잿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이 현실화한 만큼 분양가 상승 또한 코앞에 닥친 형국이다. 최근 자잿값 급등에 토지비와 인건비까지 동시에 오르면서 이처럼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생활형숙박시설 등의 분양 가격부터 먼저 오르고 있다.
오는 6월부터는 자잿값 폭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에 따라 아파트 분양가의 추가 상승도 예상된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을 기준으로 두 차례 정기 고시된다.
그러나 기본형 건축비 고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주요 자재의 가격이 15% 이상 변동되는 경우 이를 반영해 수시 고시 형태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고강도 철근 가격이 33% 급등한 작년 7월 기본형 건축비를 추가 인상한 것이 일례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건축 자재비 급등에 택지비도 오르면서 향후 분양하는 주택의 분양가는 결국 지속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6월 국토부가 기본
현재 수준으로 분양가를 눌러 놓으면 주택공급 확대라는 정책 방향이 틀어질 수 있고, 그렇다고 분양가를 급격히 올리면 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 주거안정 저해라는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하는 정부가 어떤 해결안을 내놓을 지 업계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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