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중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가 3곳 이상 있는 93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62%인 58개 종목이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을 올렸다. 35개 종목은 영업이익이 추정치 대비 낮았다.
추정치를 가장 크게 웃돈 종목은 LIG넥스원으로 무려 112.7%나 높았다. 고마진 제품의 수출 비중 확대와 원가 감소에 따른 영업이익률 개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세계 군비 경쟁이 진행되는 점 또한 호재다.
그 밖에 이익 성장세가 두드러진 종목들을 보면 해성디에스(61.6%), LG전자(38.7%), LX세미콘(33.8%) 등 꾸준한 전방산업 수요의 수혜를 입은 정보기술(IT) 및 하드웨어 종목들이 많았다. 판매단가 상승과 더불어 재고가 급감하면서 기아(27.6%), 현대차(17%) 자동차주의 이익 개선도 두드러졌다. 트레이딩 물량 증가와 원자재 가격 인플레이션 흐름에 힘입어 삼성물산(54.1%), 포스코인터내셔널(35.6%), LX인터내셔널(22.5%) 등 상사·무역업종 또한 이익 성장을 누렸다. 그 외에도 보험, 은행과 같은 금리 상승 수혜 업종도 이익이 긍정적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이익이 추정치 대비 78.5%나 낮았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과 더불어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량이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유한양행(-65.3%), SK바이오사이언스(-55.7%), 한샘(-41.2%), 호텔신라(-35.2%), 한화시스템(-26.7%) 등도 시장 전망을 넘어서지 못했다. 네이버와 SK하이닉스는 추정치 대비 각각 11.7%, 6.2% 낮았다.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이 적지 않지만 당장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모습이다. 주가는 미래 전망을 선반영하는 만큼 당장의 실적보다는 향후 실적 전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원화 약세와 고강도 긴축 등 대외 불확실성 속 향후 실적 둔화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됨에 따라 실제 성장은 없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만 높은 일부 종목들은 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값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손 우려가 커진 점이 어닝 서프라이즈 대비 주가 반응이 미온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결국 좋은 실적은 주가에 반영된다"며 "펀더멘털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국인 투자자 성향상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종목들은 대외 환경 개선으로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유입될 때 보다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4분기로 갈수록 국내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에 포함된 종목들의 2분기 이익조정비율(이익 전망치를 나타내는 지표)은 -5.22%다. 올해 전체로 봐도 이익조정비율은 -4.56%로 2분기 이후에도 실적 탄력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의 하방 압력이 높은 업종은 증권, 화학, 호텔·레저, 건설·건축 등"이라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감을 비롯해 중국의 봉쇄 조치 등 대외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개별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주가 반응은 더욱 민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종목들의 경우 향후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 원가 상승을 상쇄 가능할 만큼 가격을 올리거나 수량을 늘릴 수 있는 경우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