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 김재훈 기자] |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주거지에 당정 발표대로 10만 가구가 추가로 공급되면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 등 규제 완화 기대감에 단기적으로 집값을 급등시킬 수 있고, 대상 단지가 일제히 재건축을 시작하면 임대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교통 혼잡 같은 도시 문제로 주거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인수위가 지난 25일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성남 분당과 군포 산본,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등 1기 신도시 주민의 불만이 쏟아졌다.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27일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과 관련해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며 "분명하게 말하자면 인수위의 공식적인 입장은 1기 신도시(정비사업 공약을)를 차질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수도권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제한 발언을 두고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1기 신도시 주민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영향으로 '거래 절벽'이 이어지던 1기 신도시의 주택시장은 대선 이후 급반전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1기 신도시는 올해 대선 전까지 약 2개월(1월 1일~3월 9일) 동안 0.07%의 미미한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대선 이후 약 2개월(3월 10일~4월 22일) 동안은 0.26% 오르며 상승폭이 3배 이상 높아졌다. 윤 당선인의 주요 부동산 공약인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에 따른 용적률 상향 기대감이 아파트 가격(시세)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주요 권역 중 대선 전·후 아파트 가격 변화가 두드러진 지역은 1기 신도시가 유일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용산구도 대선 전·후(1.15% →0.39%)의 추세 변화는 미미한 편이다. 각각 권역 별로 살펴봐도 서울(0.25%→0.08%), 경기(0.06%→0.03%), 수도권(0.15%→0.05%) 지역들은 대선 전·후 상승폭이 되려 둔화됐고, 2기 신도시(-0.25%→-0.23%)와 인천(-0.16%→-0.19%) 등은 약세를 이어갔다.
↑ 2022년 대선 전·후 수도권 주요권역 매매가격 변동 [자료 = 부동산R114, 단위 = %] |
가구 당 평균가격 기준으로는 분당 12억5000만원, 평촌 8억7000만원, 일산 6억8000만원, 산본 5억7000원, 중동 5억6000만원 순으로 높았다. 자금이 부족한 수요층들이 대출 규제와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신도시 위주로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1기 신도시 전체 재고 아파트 총 물량은 27만7760가구다. 분당신도시가 9만2327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 일산 5만9509가구, 산본 4만2412가구, 평촌 4만1879가구, 중동 4만1633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현재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200% 수준으로 향후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해 300~500% 수준까지 용적률이 늘어날 경우 재정비 이후의 전체 아파트 물량은 40~50만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일대에 10~20만 가구의 아파트가 추가 공급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기 신도시는 지난해부터 재건축 가능 연한인 '입주 30년 차'가 된 단지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현행 도시계획 규정으로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해 규제 완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층별 건축 면적 합계의 비율) 규제다. 추가로 더 아파트를 건립하려면 지구단위계획을 무시하고 용적률을 대폭 올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인수위는 1기 신도시에서 주거지 용적률을 300%로 높이고, 역세권 등 고밀 개발이 필요한 일부 지역은 최고 50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인허가 절차 간소화, 안전진단 제도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금융지원, 토지용도 변경 및 용적률 상향, 세입자 이주대책 등을 규정한 특별법이 전제됐지만 시행 시기는 못박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 방향은 대체로 동의한다. 이들 지역에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 단지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주거환경 정비와 양질의 신규 주택 확보를 위해 단계적인 재건축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도로·전력·수도 등 도시 기반 시설은 그대로 둔 채 아파트만 더 지으면 주민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 노후 주거지가 많은데 1기 신도시 대상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에 입주 40~50년 된 아파트도 재건축이 지지부진한데 1기 신도시만 규제를 풀어주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새롭게 조성하는 신도시와 달리 분당, 일산 등 이미 학군과 각종 기반시설이 구축된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은 성격이 다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월세 시장을 감안할 때 특별법을 만들어도 동시에 지역 내 모든 단지를 재건축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인수위나 새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중장기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며 "용적률을 높여도 건폐율은 낮춰 기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도모하고 불가피하게 인구 수가 이전보다 많이 늘어나는 도시계획을 짜게 된다면 그에 걸맞는 교통 등 인프라 확충 계획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1기 신도시 재건축 완화로 부동산시장이 시끄러운 상황이지만, 정작 1기 신도시 거래시장은 관망세가 짙은 분위기다. 분당 시범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선 이전에는 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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