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악재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지난달 15일(2621.53) 이후 한달 반만에 265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연초부터 부담으로 작용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베이징 봉쇄까지 더해져 향후 증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같은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면서 코스피가 2400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7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제시한 올해 코스피 밴드는 △IBK투자증권 2400~2850 △키움증권 2600~2800 △삼성증권 2600~3100 등이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코스피 밴드 하단으로 2500선 이하를 제시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하반기에도 경기둔화 우려가 계속될 것이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 불확실성이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상황이 빨리 해소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정점도 뒤로 밀릴 수 있고 연준의 매파적 행보도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장들은 거시경제 관련 불확실성이 잦아들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긴축 속도 관련 불확실성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야 해소될 수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코로나 봉쇄도 단기에 끝날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2분기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통과) 불확실성이 가장 큰 부담이고 관련 지표들이 확인되고 나야 6월 FOMC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며 "중국 봉쇄는 수요 측면에서 성장 둔화를 야기해 단기적으로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정학적 불안으로 세계화의 후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인 선택이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당시 중국의 거센 반발로 중국 관련주들 급락했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등 수급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하락 요인으로 지적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코스피에서 9조 1132억원, 코스닥에서 2조764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김지산 센터장은 "달러당 원화값이 코로나19 초기 수준까지 하락하며 한국 시장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매크로 우려가 진정돼야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훈 센터장도 "안전자산과 선진국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외국인 수급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긴축 국면에서 외국인 수급이 들어오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증시가 긴축 가속화에 따른 충격을 선반영한 만큼 기술적 반등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윤석모 센터장은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견조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현재 낮아진 밸류에이션과 실적 모멘텀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의 저가 매수세 유입도 기대할만 하다"고 밝혔다.
호실적을 낸 기업들도 거시경제 관련 악재들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날 또다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면서 부진을 이어갔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66% 내린 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 20일(6만4700원) 이후17개월만의 최저가다. 장중 6만4900원까지 내리며 전일 기록한 52주 신저가(6만6100원)도 갈아치웠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의 주식을 3360억원어치 내다 팔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김학균 센터장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마이크론 등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함께 밀리고 있다"며 "주가로만 보면 저가 매력이 있지만 아직까진 매크로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반등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윤석모 센터장은 "중국 봉쇄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며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적은 상황이라 가격이 하반기 이후로도 잘 유지되면서 견조한 이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승훈 센터장도 삼성전자에 대한 역발상 투자가 가능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김지산 센터장은 "코스피 2600선 아래에선 저가 분할 매수가 유효하다"며 "박스권 장세를 염두에 두고 실적전망이 좋은 업종을 선별적으로 볼 필요가 있으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이 높은 정목
현재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 부담감은 하반기로 갈수록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균 센터장은 "한국의 경우 경기 선행지수가 하반기에 바닥을 치고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는 그래도 상반기와 비교해 보면 더 나빠지기보다는 조금 악재의 무게가 좀 덜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금이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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