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란 부추기는 금리 공시 ◆
은행권이 금융소비자들에게 대출 금리 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목 아래 만든 '금리 공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오히려 소비자들을 골탕 먹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예대금리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 공시'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26일 매일경제 취재 내용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개인신용등급을 1~2등급, 3~4등급, 5~6등급, 7~8등급, 9~10등급 등 총 5개 등급으로 나눠 은행별 신용등급별 가계대출 금리를 비교·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2020년 1월부터 개인신용평가 제도를 1~10등급제에서 1~1000점 점수제로 바꿨다. 이에 따라 KCB와 나이스 등 개인신용평가회사(CB사)는 신용등급을 산정하지 않고 개인신용평점만 산정해 금융소비자, 금융회사 등에 제공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신용점수 900~1000점인 경우 1등급, 800~899점인 경우 2등급 정도로 예상하고 은행연합회 공시를 대출 금리와 비교해보는 용도로 사용해 왔는데 실제 공시는 금융소비자의 신용도별 대출 금리를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신용등급별 대출 금리와 은행에서 실제 취급한 신용점수대별 대출 금리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공시만으로는 각 등급이 어느 정도의 신용도를 뜻하는 건지 전혀 알 수 없다"며 "금융소비자가 대출 금리 공시를 보고 내 신용도가 어느 정도이니 어떤 은행에 가면 얼마 정도의 금리를 받겠다는 예측이 돼야 하는데 이것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용등급과 금리에 근거하지 않은 금리 공시는 금융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주지 못하고 대출 상품 간 비교 가능성을 제한한다. 이에 따라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도 제한된다.
윤 의원은 "금융소비자의 실제 신용점수에 해당하는 은행별 대출 금리가 공개돼야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금리 공시 제도의 개선을 주문했다.
금리 공시로 소비자 선택권 준다는데…실제론 유명무실
은행聯, 가계대출 금리
5개 신용등급 나눠 공시
2020년부터 개인신용평가
점수제로 바꿔 등급 없애
공시 봐도 금리예상 못해
은행 "당국 제출자료일뿐
실제 적용되는 금리 아니다"
직접 상담후 비교해야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신용대출을 받기 전에 은행연합회 대출금리 공시를 살펴본 후 신용등급 1~2등급 기준으로 금리가 가장 낮은 A은행을 찾았다. 은행 창구에서 상담하면서 A은행 금리가 실제로 다른 은행들 금리보다 낮은지 묻자 상담직원은 "연합회 공시는 각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자료일 뿐이고 실제 대출에서 적용되는 금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은행별 신용등급별로 대출금리를 비교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묻자 직원은 별다른 방법은 없고 각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 상담해보고 비교해볼 것을 권했다.
지난 연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가 1862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지만 정작 대출을 받는 금융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인 은행별·신용등급별 대출금리 정보가 제대로 공시되지 않으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연말 신용대출 잔액 기준 KB국민은행의 950~1000점, 900~949점대 고신용자 금리는 각각 연 3.1%였고 850~899점, 800~849점대 중신용자 금리는 3.4%, 4.3%였다. 신한은행의 950~1000점, 900~949점대 고신용자 금리는 각각 3.1%, 3.2%이고 850~899점, 800~849점대 중신용자 금리는 3.6%, 3.9%였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매경 취재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이고 일반인들에게는 공시되지 않는다.
금융소비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은행연합회 대출 금리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취급한 신용대출 기준 국민은행 1~2등급 금리가 3.78%, 3~4등급 5.41%이고 신한은행 금리는 각각 3.72%, 5.06%다. 은행별 1~2등급, 3~4등급 기준도 다르다. 은행연합회 기준에 따라 신용등급을 신용점수로 환산하면 국민은행의 경우 1~2등급은 KCB 신용평가점수로 933점, 3~4등급은 872점이지만 우리은행은 1~2등급이 864점, 3~4등급이 834점이다. 같은 지방은행이라도 BNK경남은행의 1~2등급은 946점, 3~4등급은 910점인데 전북은행의 1~2등급은 884점, 3~4등급은 816점이다. 이처럼 등급과 점수 기준이 상이해 1~2등급 간, 3~4등급 간 대출 금리 비교도 쉽지 않다.
가계대출 금리 비교공시가 아니라 맞춤상품 검색 탭에서 개인신용평점별 금리 정보를 일부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900점 초과, 801~900점, 701~800점 등 세 구간 금리만 개략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IBK기업은행, SH수협은행, BNK부산은행 등은 네 구간 금리 정보만 제공한다.
2021년 1월부터 개인신용평가 제도가 1~10등급제에서 1~1000점 점수제로 바뀌었고 금융소비자들도 개인신용평가회사(CB사)에 의뢰해 개인신용점수를 알 수 있게 됐지만 공시체계 미비로 이 점수를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대출이 필요한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서 창구 직원과 일일이 면담해봐야 대출금리를 비교해볼 수 있다. 은행연합회는 2013년 가계대출금리 공시제도를 시작하면서 금융당국과 조율해 신용등급 기준을 만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KCB나 나이스 같은 CB사들이 만든 신용평가체계를 시중은행들을 포함한 금융기관이 널리 쓰고 있고 평가체계가 등급에서 점수체계로 바뀐 지도 꽤 됐는데 아직도 과거의 낡은 기준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 은행이 신용점수별 실제 취급된 대출금리를 공시하는 방식으로 금리 공시제도를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 시스템과 은행권 규제 완화 흐름에 맞춰 신용점수별 대출금리를 공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은행별 실제 대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