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란 부추기는 금리 공시 ◆
시중은행의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 쏠림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이력을 쌓기 어려운 학생이나 주부, 제2금융권 대출 이력이 있는 사람 등 신용점수 800점 안팎의 금융소비자들도 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4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카카오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 전체 차주(437만명) 중 신용점수가 849점 이하(옛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인 대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105만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간별로 살펴보면 신용점수 800~849점인 대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 신용점수 750~799점인 대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 신용점수 700~749점인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4%인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차주 비중은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4개 은행 중 신용점수 849점 이하인 사람이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카카오뱅크(28.9%)였다. 신한(26.8%), 국민(21%), 하나은행(20.2%)이 뒤를 이었다.
신용점수가 850점 미만인 대출자는 연체 이력을 보유한 사람도 있지만, 학생과 주부 등 금융이력을 쌓기 어려운 사람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출과 카드론 등을 사용한 소비자 외에도 직장에 취업한 지 얼마 안 된 직장인, 학생, 주부 등이 금융이력이 부족해 신용점수가 850점 이하로 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중 절반 가까이는 신용점수가 850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 만 29세 이하 대출자는 37만2000명이다. 이 중 신용점수가 849점 이하인 대출자는 8만6000여 명으로 전체의 약 49.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0대와 40대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 중 신용점수 849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3.5%, 21.1%인
윤 의원은 "시중은행이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신용 고객에게 대출을 집중하면서 일반 신용도의 청년층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다"며 "대출 기회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중신용자 심사기법의 고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